갈비사자 ‘바람이’와 딸, 청주서 만났다
강릉서 딸 ‘D’ 무사히 이송
적응 등 거쳐 내년 3월 합사
“바람아, 딸 보니까 좋냐?”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청주동물원 동물복지사가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돌아다니는 수사자 ‘바람이’(20)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야생동물 보호시설에서 10여m 떨어진 격리방사장에는 이날 수용된 암사자 한 마리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날 청주동물원에 이사 온 암사자는 2017년 바람이와 부경동물원의 한 암사자 사이에서 태어나 ‘바람이의 딸’로 불린다. 청주동물원 측은 ‘딸’을 뜻하는 영어 단어 ‘Daughter’의 앞글자를 따 D로 부른다. 아빠 바람이가 지난해 7월 부경동물원에서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지자 D는 아빠가 있던 실내사육장에 갇혀 지냈다. 이후 D도 청주동물원서 살게 해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D는 지난해 11월 부경동물원이 폐업하자 임시수용을 위해 지난 5월 강원도 강릉의 쌍둥이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청주시는 이 암사자를 바람이와 함께 수용하기 위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D의 소유권을 지닌 부경동물원 측에 연락했다. 이후 부경동물원 대표가 D를 청주시에 기증해 이날 부녀 상봉이 이뤄지게 됐다.
청주동물원은 이날 오전 강릉 쌍둥이동물원을 찾아 ‘사자 이송작전’을 벌였다. D를 마취하고 철제 케이지에 넣은 뒤 차량에 태워 270㎞ 떨어진 청주동물원으로 향했다.
영상 25도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도조절 장치가 탑재된 무진동 차량이 이송작전에 사용됐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이동형 에어컨을 동원해 무더운 날씨에 급상승하는 D의 체온을 유지하는 등 건강 상태·스트레스 등을 세심히 살폈다”며 “D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차량의 속도를 시속 80~90㎞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40분쯤 청주동물원에 도착한 D는 지난해 아빠 바람이가 머물렀던 격리방사장에 들어갔다. D는 10여분 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털퍼덕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바람이 학대 사실을 알린 권세화 부산동물학대방지협회 복지국장은 이날 청주동물원에서 D의 이사를 지켜봤다. 권 복지국장은 “좁은 실내사육장에서 생활하다 넓은 격리방사장을 거니는 D를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바람이는 D가 청주동물원에 온 것을 알았는지 암사자 ‘도도’(13)와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돌아다니며 격리방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바람이와 D의 부녀 상봉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D의 중성화 수술과 개체 대면·교차 방사·체취 적응 훈련 등을 거쳐 내년 3월 합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주동물원에는 임상병리, 영상진단, 야생동물의학을 전공한 석박사급 수의사들과 경험 많은 사육사들이 사자·호랑이·늑대 등 66종 290마리를 돌보고 있다. 이곳에는 사육곰 농장에 갇혀 있다가 2018년 구조된 ‘반이’와 ‘달이’도 있다. 2014년 서식지 외 보전기관, 2021년 천연기념물 치료소로 지정됐고, 올해 국내 최초 거점동물원으로도 지정됐다.
청주시는 D의 이름을 지어주기 위한 공모를 진행한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청주시를 동물복지 선도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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