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라서’ 웃돈 받고 주식 팔아도 ‘할증평가’ 미미…그마저도 없앤다는 정부

박상영 기자 2024. 8. 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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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만을 위한 ‘프리미엄’
일부 지배주주 경영권 달린 주식
일반주주보다 최대 4배 값에 매각
2014~2018년 평균 49~68% 웃돈
상속재산 평가 땐 고작 20% 할증
차액만큼 사실상 ‘할인과세’인 셈

최근 한양증권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측에 한양증권 지분 29.6% 가격으로 2448억원을 제시했다. KCGI가 적어낸 인수 가격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날 한양증권 종가인 1만5290원보다 4배 높았다. 한양학원 대주주와 특수관계자들에게 시가보다 320% 많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혀주는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주식 지분을 인수할 때 시장가격보다 거래 금액이 높게 책정돼 매도인에게 지급되는 초과이익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지배주주에게만 돌아간다. 실제 KCGI가 사들일 지분은 최대주주인 한양학원(11.3%)과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이다.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일반주주보다 300% 넘는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주식을 매각한 이들은 세금을 더 낼까. 현행 제도에서는 상속재산을 평가할 때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일반주주 주식 평가액보다 20% 가산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운용한다. 시장가격보다 4배나 더 평가받는 주식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20% 할증평가하는 것이다. 한양증권 최대주주로서는 결과적으로 ‘할증과세’가 아닌, ‘할인과세’인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일부 사례에만 국한된 경우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 할증평가보다 더 많은 프리미엄을 누린다. ESG 기준원이 2017년 최대주주 변동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 달 전 종가 대비 56.6% 웃돈을 주고 주식을 매입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4∼2018년 지급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최대주주는 시가보다 평균 49~68%를 더 받고 지분을 팔았다. 미국과 독일, 싱가포르에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지급된 경영권 프리미엄의 규모가 평균 3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주요 기업의 최대주주 변동 과정에서 지급된 경영권 프리미엄은 이보다 더 크다. 2022년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이 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0%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셈이다. 남양유업 총수 일가도 2021년 한앤컴퍼니에 주당 82만원에 주식을 매각했는데, 당시 주가가 43만9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87%에 달했다.

그런데도 최근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할증평가를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실질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외국도 할증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 경영권 프리미엄에 일괄적인 할증평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국가는 드물다. 미국은 판례를 통해, 일본은 국세청 예규를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할증평가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벌 총수의 상속자산만 시가를 반영하지 않아 특혜를 주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벗어날 뿐 아니라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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