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흘리자 “예의 어긋나”…여야 대표회담 출발부터 ‘삐걱’
“탄핵·청문회 중단” “특검법·25만원 지원” 의제도 충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0일 닷새 앞으로 다가온 한동훈·이재명 대표회담의 형식과 의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 대표 측이 회담 생중계를 제안할 것이란 내용을 언론에 알리자 이 대표 측이 “보여주기식 이벤트냐”고 발끈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실무회담이 하루 연기됐다.
회담 의제에서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과 청문회 중단을, 민주당은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앞세우며 상대를 압박했다. 지구당 부활과 서민 지원,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조치에서는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당은 의제를 논의하기도 전에 회담 형식을 두고 부딪쳤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을 사실상 공개토론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공개토론에 대한 한 대표의 자신감과 두 대표가 밀실에서 담합한 것으로 비치는 데 대한 거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론 보도로 제안을 접한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실무회담에서 합의된 선에서 발표하는 것이 상례인데 예의에 어긋난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대표회담을 하나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만들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반발했다. 이날 오후 진행하려던 비서실장 간 실무회담도 21일로 미뤄졌다. 이 실장은 다만 생중계 형식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생중계를 하면) 한 대표가 더 불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회담 의제를 두고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당은 회담 의제로 3가지씩을 던졌다.
한 대표 측은 정쟁 중단과 민생 회복, 정치개혁 협의체 상설화를 제시했다. 박 실장은 ‘정쟁 중단’에 대해 “릴레이 탄핵, 무의미한 청문회가 많은데 이런 정쟁 정치를 중단하는 선언을 하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 활동의 전면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정치개혁은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논의하자는 내용이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 때도 총선 출마자들에게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 이상 유죄 확정 시 재판 기간 받은 세비 전액 반납에 대한 서약서를 받은 바 있다. 다수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의제로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지구당 부활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한 대표가 이미 국민 앞에 공언한 것을 중심으로 논의하기 좋도록 성의를 갖고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지난 6월 당대표가 되면 제3자 추천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표가 된 후 한 달 가까이 시간만 끌고 있는 데 대한 압박이다.
두 대표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의제로는 지구당 부활이 1순위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전당대회 중 지구당 부활을 약속했고, 지구당을 통해 차기 대선 주자로서 당내 지역 조직을 탄탄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의 경우, 국민의힘이 취약층으로 좁혀 지원하자고 역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박 실장은 “추석을 앞두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굉장히 힘든데 선별적으로 두껍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의해서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다. 금투세를 두고는 한 대표는 폐지, 이 대표는 기준 금액 상향을 통한 완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폐지가 아니더라도 시행 연기 또는 과세 기준 완화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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