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 “대통령 주변 ‘친일’ 일진회 같은 인사 청산하라”
“우리는 보수도 진보도 아냐”
‘야권과 공모’ 주장에 대응
이종찬 광복회장(사진)이 20일 “대통령 주변에 옛날 일진회(대한제국 시기 친일단체) 같은 인사들을 말끔히 청산하라”고 밝혔다.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윤석열 정부에 포진한 뉴라이트 인사 전반으로 그 비판 범위를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광복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정책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있다”며 “(일진회 같은 인사들을) 청산하고 존경받는 인사들이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밝혔다. 일진회는 1904년부터 1910년 일본의 조선 병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친일단체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은 당초 전전(2차대전 전)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우리나라를 강점·수탈한 일본과 전후 일본, 평화헌법을 준수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일본을 구분하자고 했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전전 일본과 전후 일본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전 일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자세는 없어지고, 국민 정서에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일본과의 친선우호만 강조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회장은 “나라의 기본 정체성 확립에 가장 중요한 국민의 정통성·정체성·정신문화·독립과 역사를 전담하는 기관 수장을 모두 ‘친일적’ 인사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수탈을 항의하는 국민을 ‘반일종족’이라 비하하는 사람을 한국학 중심연구기관장으로 기용했다”거나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이라 주장하는 단체의 수장을 독립기념관 이사로 못 박았다”며 예시를 들었다.
이는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 뉴라이트 인사들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우리는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라며 “정치적이라고 매도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밝혔다.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광복회를 향해 ‘야권 인사들과 공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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