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했더니 혈당·췌장 모두 '정상화'…"당뇨병 치료 한 발 더 다가갔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펌프를 착용하면서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을 먹으면 △혈당 조절 △췌장 기능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효과적으로 잡고 정상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에서 입증됐다. 당뇨병은 '인슐린 부족'과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인데, 인슐린펌프가 인슐린 부족을 해결하고, 엠파글리플로진이 인슐린 저항성을 줄였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 휴대용 인슐린펌프 개발자인최수봉 건국대 명예교수는 지난 15~17일 몽골의 노보텔 울란바토르호텔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 당뇨병 학회(16th Scientific Meeting of Asi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iabetes; AASD 2024)'에서 이 같은 내용을 입증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최 교수는 15일 '아시안 당뇨병의 병태생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 세션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펌프와 엠파글리플로진 병용요법으로 인한 당화혈색소와 베타세포 기능의 개선(Glycated hemoglobin and beta cell function improved after empagliflozin addition on insulin pump treatment in type 2 diabetics)'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최 교수는 인슐린펌프 치료를 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 58명을 대상으로 하루 10㎎씩 엠파글리플로진을 12개월간 투여했다. 약물 투여 등 기존 치료법에서는 당화혈색소(HbA1c)가 9.31±1.78%이었고, 인슐린펌프만 치료할 땐 7.3±0.96%였다. 반면 인슐린펌프 치료에 엠파글리플로진 요법을 추가한 후 6, 12개월 지나자 각각 6.6±0.67% 및 6.68±0.54%로 당화혈색소가 개선됐다.
또 인슐린펌프와 엠파글리플로진 병용요법 후 췌장 베타세포의 성능지표(c-peptidogenic index)가 개선됐고, 인슐린 투여 용량이 줄어들었다. 반면 체질량지수, 콩팥 기능 지표인 혈중 크레아티닌(creatinine)은 치료 기간 내내 '안정적'이었다.
최수봉 교수는 "인슐린펌프와 엠파글리플로진 병용요법이 혈당조절과 함께 췌장의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며 "이 병용요법은 당뇨병 치료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나트륨-포도당 공동 수송체 억제제(SGLT2 Inhibitor)인 엠파글리플로진은 인슐린펌프로 치료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인슐린펌프만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혈당 조절과 인슐린 저항성을 더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인슐린펌프 요법에 추가되는 엠파글리플로진 치료의 효능을 제2형 당뇨병 환자군에서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수봉 교수는 1983년 서울대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박사 논문(고농도 포도당 배지에서 배양한 섬유아세포의 인슐린에 의한 포도당 섭취에 관한 연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 당뇨병의 세계적 권위자로서의 첫걸음을 뗐다.
당시 논문은 '당뇨병은 인슐린 부족과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인데, 포도당 수치가 높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포도당 수치를 떨어뜨리면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한다는 것'을 시험적으로 밝혀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인슐린 저항성은 포도당 수치, 즉 혈당이 높을수록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기존 학계의 주장대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고혈당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고혈당이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이라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최수봉 교수는 1979년 휴대용 인슐린펌프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고, 그가 개발한 인슐린펌프는 지금까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중국 등 세계 60여 개국으로 수출돼 세계 당뇨병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인슐린펌프는 사람의 췌장을 대신해 인슐린을 공급해, '인공췌장'으로도 불린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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