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에 ‘빚투’ 늘더니…가계빚 1896조 다시 최대
가계빚이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해 190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가 늘면서 고금리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6조원이나 늘었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경우 가계빚 상승 폭이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말보다 13조8000억원(0.7%) 증가한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4분기 말보다 가계빚이 13조8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사용대금(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빚’을 뜻한다.
2023년 2분기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가계빚은 올 1분기엔 부동산 대출 수요가 한풀 꺾이고 카드사용액도 줄면서 감소세(-0.2%)로 돌아섰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카드사용금액도 늘자 가계빚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사용대금)을 뺀 가계대출만 보면 2분기 말 잔액이 1780조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3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고금리 국면에서도 가계빚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담대의 증가 폭이 확대되며 전체 가계신용 증가를 이끌었다.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보다 16조원 늘어난 1092조7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지난 1분기(12조4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 커졌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 증가세가 확대된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매매 거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지난 1분기 13만9000호에서 2분기 17만1000호로 3만호가량 늘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687조2000억원)은 지난 분기보다 2조5000억원 감소하며 11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감소 폭은 1분기(13조2000억원)보다 크게 축소되며 가계빚 상승에 영향을 줬다. 2분기 판매신용 잔액(116조2000억원)도 카드 사용금액이 늘며 한 분기 만에 증가(3000억원)로 돌아섰다.
가계빚이 다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한은은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정부와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규모 자체를 급격히 줄이는 것보다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2분기까지는 명목 GDP 성장률 이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 및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데다 주택공급 확대정책이 지난 8일 발표됐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9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정책적 노력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 상승 추이가 계속되고 있어 금리 인하와 맞물릴 경우 가계빚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주택 가격이 오르는 데다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가 확실하니 주택 대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해결책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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