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제대로 고려했나?

기자 2024. 8. 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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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73% 이상은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 방향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모든 에너지는 전기에너지로, 전기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일반적인 해법이 이미 정해진 미래처럼 확정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 전력 공급과 소비 정책은 그 자체로 국가 에너지 전략의 전부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전력 공급 방향도 사실상 결정되어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에 머물게 해서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이 59%(태양광과 풍력만 40%), 그리고 2050년까지 89%(태양광과 풍력만 72%)가 되어야 한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산했다. 이를 위해 독일과 영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호주는 83%로 잡아놓았고, 독일이나 스페인 등은 이미 절반을 넘어갔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2023년 기준으로 고작 7.2%밖에 안 되는 한국은,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도 21.6%에 불과하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문제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전력 수요 전망은 더 문제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터빈은 운영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지만, 원료 채굴과 부품 제조, 시공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더욱이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지도 않다. 기후와 지구 생태계 파괴를 막으면서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무한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래에는 에너지 수요 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자동차의 전기화, 건물 난방의 전기화, 그리고 산업 공정의 전기화 등 모든 에너지를 전기화하는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얼마나 더 늘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최근 전력 수요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최대 요인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대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설이 떠올랐다. 구글과 같은 현재의 검색 기능을 완전히 생성형 AI 방식으로 구현하면 전력 수요가 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구글 검색 요청당 전력 소비량이 0.3Wh(와트시)인 데 비해 챗GPT는 요청당 2.9Wh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를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기존의 완만한 전력 수요 변동 전망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3분의 1이 몰려 있는 미국은 2022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전체의 4% 정도지만 2026년경이면 6%로 늘어날 것이라고 IEA는 분석한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밀도가 높은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이 2022년에도 무려 17%였는데, 2026년이면 32%까지 폭증하리라고 IEA는 예상했다. 아일랜드를 포함해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데이터센터 신설을 규제하는 조치를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이미 150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생성형 AI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2029년까지 추가되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732개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늘어날 데이터센터 모두를 지원하려면 전력 용량이 무려 50GW가 필요하다. 심지어 입법조사처는 핵발전 증설 명분을 데이터센터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이런 요소들에 대한 고려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전력 공급 양상의 변화에 따른 수요 관리의 중요성, 수요의 불확실성에 따른 정확한 전망, 그리고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을 적절히 관리할 대책의 필요성 등 전력 수요와 관련해 계획을 다시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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