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부터 공연까지…서울서 즐긴다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⑤]

이연우 기자 2024. 8.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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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활동 2030 가장 활발... 영화·행사 등 인프라 서울 집중
서울의 한 영화관(위)과 경기지역의 한 영화관. 조주현기자

 

경기도 청년들은 양질의 먹거리와 놀거리를 향유하기 위해 지역을 벗어납니다. 문화생활을 삶의 큰 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구 유출 현상이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국민문화예술활동’ 조사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문화예술행사를 가장 활발히 즐기고 있는 연령층은 20대와 30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지역 청년들은 ‘지역’ 내에서의 문화활동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경기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이 발표한 ‘경기도민 문화예술 향유실태 조사'와 '경기도 문화소비 동향 빅테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42%가 도내에서의 문화생활보다 서울에서의 문화생활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 영화 하나 보러 서울까지

경기도의 문화 인프라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활동인 ‘영화’에서부터 서울에 뒤처집니다.

먼저 연천군, 여주시, 과천시, 의왕시에는 영화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주시의 경우 2021년 말 CGV가 개관될 예정이었으나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여주에 거주하는 박현진 씨(25)는 “여주에는 영화관이 없고 문화예술시설도 낙후된 곳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다른 지역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작품의 개수 및 장르의 다양성도 부족합니다.

지난 7월13일 기준 서울 왕십리 CGV는 8개의 작품이 상영 예정이었지만, 같은 날 오산 CGV는 5개의 작품이 상영을 앞뒀습니다. 서울 성동구와 오산시의 인구 규모가 각 27만명, 23만명으로 비슷한 데도 벌어진 상황입니다.

또한 독립 영화 및 예술 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CGV 아트하우스’만 하더라도 서울에는 6곳이 위치해있지만 경기도에는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CGV 측은 “상영일정의 경우 고객과 예매율 선호도 그리고 각 지점의 특성을 감안해 조율되고 있다”며 “상영 영화 및 개봉작과의 교차상영으로 인해 극장 별 편성 일정이 상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여주CGV. 조주현기자

■ 연극은 대학로로, 뮤지컬은 강남으로

인프라 차이는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공연장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에는 531개의 공연장이 있는 반면, 경기도에는 201개의 공연장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지난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경기도의 공연예술 활동 건수와 공연 횟수가 서울시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전체 공연 작품의 70%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있었고, 무용·발레·오페라 등과 같은 경우도 경기도와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지은 씨(23)는 “평소 뮤지컬과 연극을 즐겨보는 편인데 경기도의 경우 공연 횟수 자체가 많지 않고 작품도 이미 관람한 게 많아 보통 강남이나 대학로로 이동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예약에 ‘뮤지컬’을 검색해본 결과 지난 6월 기준 서울에서의 공연은 99건이지만 경기도는 단 13건에 불과했습니다. ‘연극’과 ‘콘서트’는 더욱 큰 차이였습니다. 인구규모 등을 고려해 비교한다면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도 한없이 부족한 셈입니다.

■ 청년에게 외면 당한 경기권 박물관·미술관, 이유는?

최근 들어 청년층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의 박물관 개수는 132개와 124개로 비슷합니다. 미술관 역시 각각 46개, 55개로 경기도가 조금 더 많습니다.

하지만 관람객 규모와 전시 여건에서 두 지역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418만 명으로 세계 6위를 기록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상반기에만 151만 명의 발길을 모았습니다. 이 중 63%가 청년층입니다.

반면 경기지역 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방문객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경기도박물관 방문객은 17만 명, 경기도 미술관 방문객은 20만 명에 그쳤습니다.

박물관·미술관 내 ‘전시물 상황’도 서울과는 여건이 다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의 시각예술 평균 전시기간은 전국 17개의 시·도 중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그만큼 하나의 전시를 선보이는 기간이 길면서 교체 주기는 멀고, 전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지난 5월 기준 경기도박물관(용인)에서는 2020년부터 운영되던 상설 전시를 제외하고는 현장에서 운영 중인 전시가 없었습니다.

또한 경기도미술관(안산)에서도 전시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두 건의 전시만 운영 중이었습니다. 김경진 경기도박물관 학예사는 “기획전의 경우 2~3개월 운영을 기준으로 하며 설치 및 철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1년에 3~4개 정도의 전시를 기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은 전시품 및 전시 내용의 차이를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부석우 씨(23)는 “서울 소재 박물관·미술관의 경우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청년들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전시 및 행사를 진행한다”며 “경기도에서는 딱히 그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청년층에게 서울권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성수동 일대에 청년들이 인근 상점을 구경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조주현기자

■ 새로운 핫플 찾아 떠난 경기도 MZ세대

마지막은 ‘팝업스토어’입니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하는 팝업스토어는 MZ세대의 놀이터로 불릴 만큼 청년층의 수요가 높습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청년층의 니즈(Needs)를 새로운 경험과 독특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팝업스토어가 만족시켰기 때문입니다. 이에 팝업스토어 밀집 지역은 새로운 ‘핫플’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전국 팝업스토어 정보를 모아둔 팝플리에 따르면 올해 6월5일 기준 전국 80개의 팝업스토어 중 69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었고, 경기도는 9개에 불과했습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송충호 씨(26)는 “보통 한 번에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기 위해 성수동이나 강남 같은 핫플 지역으로 향한다”며 “경기도의 경우 수원 스타필드나 화성 동탄신도시 등을 제외하고는 팝업스토어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마저도 서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의 수요가 높은 팝업스토어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거리를 채울 상인이나 예술인 등을 모을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핵심이며 이는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우기자, 아주대 ADDRESS팀(경제학과 윤주선, 경영학과 임승재,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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