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와 겹친 태풍 ‘종다리’…해안주민 대피령-여객선 올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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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호 태풍 종다리는 20일 오후 6시경 제주 서쪽 약 100km 해상을 통과할 때 중심기압 998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18m(시속 약 65km)로 태풍의 기준인 초속 17m(시속 약 61km)를 약간 넘긴 수준이었다.
강풍반경 약 140km인 소형 태풍이었으나 올여름 첫 태풍인 데다 해수면 수위가 연중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20~23일)이어서 정부와 지자체들은 해안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밤새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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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 최대 100mm 폭우 예보
태풍 종다리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삼각봉에 99mm의 폭우를 내리는 등 제주 지역에 많은 비를 퍼부었다. 최대 순간풍속도 삼각봉의 경우 초속 29.9m(시속 108km)에 달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제주도를 통과했다.
기상청은 21일 태풍이 소멸된 후에도 저기압으로 바뀌어 한반도를 관통하며 22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2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 등 수도권 30~80mm(경기 남부 100mm 이상), 충청권과 호남권 30~80mm(전남 해안 등 100mm 이상), 영남권 30~80mm(경남 남해안 등 100mm 이상)다. 22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충청권 10~50mm, 강원 동해안 5~30mm, 호남권과 영남권 5~40mm, 제주 10~40mm 등이다. 기상청은 20~23일이 대조기인 만큼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비가 오는 동안에는 해안가 접근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면 무더위의 기세가 꺾이지만 태풍 종다리는 세력이 크지 않은 데다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에 끌고 와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21, 22일은 최고기온이 31도까지 내려가지만 23일부터 다시 올라가 25일 이후 최고기온이 33도가량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 중인 서울은 20일 오전까지 30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기상청은 이달 30일까지는 계속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5월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2890명으로 집계돼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지난해 기록(2818명)을 넘어섰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았던 2018년 기록은 4526명이다.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기 직전인 20일 오전에는 울산과 부산 등에서 기상청도 예상하지 못했던 ‘극한 호우’가 쏟아져 차량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일대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최대 142mm의 비가 쏟아져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비상등을 켜고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출근길에 물폭탄을 만난 최모 씨(48)는 “온산국가산단을 지나가는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침수됐다”며 “일부 차량은 물에 완전히 잠겼고 운전자가 스스로 탈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이날 오전 부산에도 강한 비가 내리며 금정구 장전동 온천2호교 아래 있던 60대 남성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은 다리에서 밧줄로 남성을 끌어올리고 귀가시켰다. 이 남성은 더위를 피해 하천 중간에 있는 돌무더기에서 잠을 자다 기습 폭우에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경남 양산시 덕계동의 산업단지 조성 현장에서는 토사가 도로 위로 쏟아지면서 양산시와 경남도, 산단 관계자들이 장비를 투입해 현장을 복구하기도 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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