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노조 존재감 논란에… 황재복 SPC 대표 "어용노조 아니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조 와해'를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황재복 SPC 대표가 법정에서 "한국노총 산하 PB파트너즈 노동조합은 어용노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PB노조와 회사의 관계성은 허 회장의 직접 지시 여부와 함께 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앞서 허 회장 측도 PB노조에 대해 "어용노조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조승우)는 20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의 8차 공판에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황 대표는 이 사건의 공동피고인이지만 변론 분리를 통해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허 회장은 황 대표 등과 함께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 570여 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 됐다. 2019년 7월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시키기 위해 한국노총 산하 PB파트너즈 노무 총괄 정 모 전무와 공모해 PB파트너즈 노조 조합원 모집 활동을 지원한 혐의도 받는다.
황 대표는 이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노조 탈퇴 종용을 진행한 당사자이면서 그 과정을 허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고 진술한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노조 파괴 행위가 자신의 단독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던 황 대표는, 지난 3월 구속된 이후엔 허 회장의 지시로 벌인 행위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부가 이날을 포함해 네 차례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이유다.
이날 공판의 쟁점은 사측인 SPC와 PB노조의 관계성이다. 검찰은 PB노조 설립 초기부터 사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고, 노조 성명·위원장 인터뷰 등도 그룹 커뮤니케이션실이 초안을 작성해 제공하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점을 고려하면 PB노조는 사실상 어용노조와 다름없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지난 공판들에 이어 이날도 PB노조는 어용노조가 아니란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PB노조 위원장에서 회사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도록 요청한 적 없다. 요청한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 번도 사측에서 PB노조를 만만하게 생각한 적 없다. PB노조 가입자 수가 상당히 많다.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구조다. 회사와 PB노조는 협력 또는 견제하는 관계로, 같은 생각과 목표를 가졌을 때 도움을 주고받긴 했다"고 진술했다. PB노조는 제빵기사 5000여명 중 약 4000명이 소속된 절대다수 노조다.
PB노조의 언론 대응을 그룹 커뮤니케이션실이 지원한 부분에 대해선 "SPC 커뮤니케이션실이 PB노조의 입장문이나 인터뷰 초안을 작성해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문서 작성 수준이 높은 커뮤니케이션실이 도움을 준 수준"이라며 "전부 노조 측의 동의나 승인을 받았다. 노조가 이를 모두 받아들이는 구조도 아니다.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내보내지 않거나, 수정을 요청한다. 노조 자체적으로 별도 입장문을 내거나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PB노조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집단이라면 양해나 협조를 구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인터뷰 기사와 성명서 발표 등이 노조 측 동의 없이 진행됐다는 검찰 측의 지적에 대해 황 대표는 "시간상 촉박해 진행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이후 노조 측에 양해를 구하고 협조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대표는 PB노조와 협조해 진행한 성명서 발표, 인터뷰 진행 등 대언론 활동 관련해 허 회장의 지시를 받거나 구체적 보고를 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앞서 진행한 세 번의 증인 신문 쟁점은 허 회장의 노조 와해 지시 시점이었다. 황 대표는 지난 2021년 1월 말 허 회장에게 노조 와해 관련 지시를 받았으며, 이후 2월 4일 경영회의가 있는 날 관련 임원들에게 허 회장 지시 내용을 전달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어진 재판에서 번복한 진술 내용의 구체적인 시점을 혼동하거나, 허 회장의 장기 미국 출장 중 노조 와해 관련 내용을 매일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가 이 사건 관련 기소된 피고인 중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유일한 인물인 만큼, 그의 진술 신빙성 여부가 향후 허 회장의 유죄 여부 및 처벌 수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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