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의 발굴…“뼈 한 조각이라도”
[KBS 대전] [앵커]
한국전쟁이 끝난 뒤 7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아산에 이어 올해는 천안에서 처음으로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를 찾기 위한 유해 발굴이 시작됐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천안의 한 야산에 제사상이 차려졌습니다.
정성스레 향을 피우고 잔을 돌리며 예를 갖춥니다.
70여년 전 영문도 모른채 끌려와 숨진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개토제입니다.
[장명진/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대표 : "저항할 힘도 없이 처참하게 봉변을 당하신 임들이시여. 그 통한의 세월 70년을 어떻게 참아내셨습니까."]
금광굴이라고 불렸던 이곳에서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마을 주민 백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민군을 도왔거나 인민군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에게 끌려와 집단학살됐습니다.
2010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처음 보고된 뒤 10년이 지난 2기 위원회에 들어서야 어렵게 유해 발굴이 결정됐습니다.
[이용길/천안역사문화연구회장 : "솔밭으로 끌고 가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사람들이 끌려가고 수십 분 후에 총소리가 들렸다. 진화위(진실화해위원회) 보고를 근거로…."]
천안에 앞서 지난해 아산에서 진행된 발굴 조사에서는 유해 2백여 구가 수습됐습니다.
긴 시간이 흐르는 사이 희생자 가족들은 고령이 되거나 외지로 흩어져 이번 개토제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최기섭/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장 : "여기서부터 끌려오는 순간 얼마나 공포스러웠겠어요. 그 생각을 하면 유가족이 아니지만 눈물이 납니다."]
70여 년 만에 어렵게 성사된 발굴이지만 매장 추정지의 절반은 사유지여서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천안시는 다음 달 중순까지 발굴을 진행한 뒤 수습된 유해는 세종시 추모의집에 안치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이정은 기자 (mulan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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