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생방송을” 野 “이벤트냐” 韓·李회담 합의 하루 만에 충돌

한동훈·이재명 정치력 시험대

- 국힘 “채상병특검 등 논의 가능”
- 민주는 확실한 입장 정리 촉구
- 의제도 신경전… 오늘 실무협의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여야는 오는 25일 열리는 양당대표의 첫 공식 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 중 누가 더 많은 결실을 얻느냐에 따라 정치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국민의힘은 회담 전체를 공개로 진행하자는 이례적인 제안을 했다. 이는 한 대표의 아이디어로 전해진다.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 형식에 대해 “이번 회담이 굉장히 오랜만에 열리고 국민에 빨리 결과를 드려야 하는 만큼 형식도 진솔하게 얘기를 하고,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하는 제안을 좀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담 의제로는 정쟁 중단, 민생 회복, 정치 개혁 세 가지를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박 실장은 이 밖에도 민주당이 제시한 제3자 특검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지구당 부활 등과 관련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무회의 때 회담 형식과 내용, 주제 등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발표할 것은 발표하고, 발표하지 않을 것은 안 해야 하는데 미리 툭 던지듯 언론을 통해 전체 회담 내용을 생중계하자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직격했다. 이어 “이는 한 대표가 여야 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쾌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신경전과 별개로 양측은 다음 날 실무협의에는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채상병 특검법 논의에 대해 국민의힘이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양당 간 온도차는 크다. 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상식과 자기 약속에 맞게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입장을 미리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한 대표가 요구한 ‘제보 공작’도 수용하겠다며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내려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당내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지만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특검법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한 대표가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 역시 당의 통일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제보 공작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 가능하다 하지만, 또 어떤 분은 절대 불가다, 이언주 최고위원 같은 분은 절대 불가라고 얘기했다”며 “민주당도 한동훈표 안에 대해 입장 정리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국회 정상화와 여야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영수회담 관련해 정해진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의 사실상 영수회담 거부 입장에 대해 “특검·탄핵 정국을 만들어놓고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는 게 (거절) 이유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변명이고 후안무치한 발상”이라며 “야당은 국민을 대신해 특검을 요구했고, 탄핵해야 할 사람들이기에 탄핵을 했을 뿐인데 ‘특검’과 ‘영수 회담’을 맞바꾸자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