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논설위원 "윤 대통령, 오진 생각 전혀 없는 의사 같다"
김태효 '중일마' 발언에 신동욱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동훈 "중요한 건 국민 마음"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이른바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에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김 차장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환자에게 고통을 호소하지 말라는 것처럼 보인다”며 “피해자가 가해자 마음과 피로까지 고려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중요한 건 국민의 마음”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현철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일자 <중요한 건 피해자의 마음>에서 “김 차장의 발언, 나아가 윤 대통령의 인식은 복통 환자에게 소화제를 여러 번 먹였고, 그에 대해 피로감도 있으니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약에 뭔가 문제가 있거나 더 큰 병이 있는데 오진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의사 같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은 “일본이 진정어린 사과를 한사코 거부하고, 찔끔 사과를 하더라도 뒤돌아서서 역사 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하는데 우리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다고 느낄 수 있을까”라며 “가해자의 마음과 진정성, 피로도까지 고려해 사과 시기와 방법을 물색해야 할 의무가 피해자에게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사과에 인색한 일본의 태도가 께름칙한 다른 이유는 과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며 비슷한 일을 다시 저지를 마음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탓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마음과 피로감은 잘 헤아리면서 국민의 마음은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김 차장이 '자신감'이라고 한 것을 두고 최 위원은 “나라가 강성해지는 것과 잘못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주변 국제 정세는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 위원은 이번 광복절이 유달리 소동이 많았다면서 △일본 역사 왜곡에 맞서 국민 성금을 모아 건립한 독립기념관의 수장에 뉴라이트로 의심받는 인물이 임명 △KBS '기미가요' 방송 △뉴라이트의 본산 낙성대연구소 연구위원이 쓴 <테러리스트 김구> 출간 등을 들었다. 최 위원은 “김 실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 모든 일이 단순한 우연의 중첩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로 무장해 집요하게 '중일마'를 추진하는 시나리오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9일 김 차장 발언에 대한 기자 질문에 “제가 말 전체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일본의 입장이 훨씬 더 중요한거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중요한 건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김 차장 발언을 두둔하려고 “수십차례 일본 정부 사과가 있었고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는 두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김 차장 발언을 비판한 의미로 해석됐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19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김태효 차장이 뭔가 자꾸 설명하려고 그렇게 하시는 것 같은데 국민의 정서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굉장히 예민한 부분들이니까 아직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가 이런 부분을 조심해 줬으면 하는 정서가 강한 것 같다”며 “그런 표현을 안 쓰시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그런 부분을 강조하신 건데 굳이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을 쓰신 거는 저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친일 논쟁과 관련해 신 원내대변인은 독립기념관장 문제에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반박을 해도 안된다면서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국민들은 이런 부분을 이렇게 생각하시는구나라고 그냥 접고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면서도 “국민들이 정서적으로는 '그래 우리 정부가 너무 일본한테 저 자세인 거 아니야' 이런 의심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 굳이 국민들의 마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의 정혁진 변호사도 19일 오후 MBN '뉴스와이드' 패널로 출연해 “김태효 차장이 굉장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논란을 일으킨 다음에 덮으려 하다 보니까 대통령실도 이상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던 것 아닌가”라며 “그냥 본인이 부적절하게 실언을 했다고 정리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태효 차장은 지난 16일 KBS 2TV '뉴스라인W'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또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면 엄중하게 따져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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