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복지재단 ‘부정거래 의혹’ 주식 기부 논란에 ‘법 미비’ 우려 [한양경제]
구연경 대표, 코스닥 상장사 3만주 재단 증여 시도
이사회, ‘증여 받기’ 보류했지만 재논의 가능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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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家) 맏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미공개 정보 이용 취득’ 의혹을 받는 코스닥 상장사 주식 3만주를 재단에 기부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행 법령상 사회복지법인 기부에 대한 주무관청의 사전 검증 절차가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기부 예정자가 공익재단에 증여하며 추후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특정액 이상의 고액 기부 재산의 경우 불법성을 객관적인 기관을 통해 사전 검증하는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불법 조성’ 거액 재산 기부해도 주무관청 사전 검증 없어
20일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사회복지법인의 관리·운영에 준용하는 사회복지사업법 등 현행 법령에는 법인이 취득하려는 재산을 주무관청을 통해 사전 검증하는 절차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사회복지법인을 관리·감독하는 경기도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사회복지법인이 (증여·기부 등을 통해) 재산을 취득하고 난 뒤 해당 재산의 처분을 위해서는 주무관청의 사전 인허가를 받도록 법상 돼 있다”면서도 “다만 재산을 취득하기 전에 별도로 사전 인허가를 받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주무관청의 설명처럼 현행 법령상 사회복지법인의 재산 취득에 대한 사전 검증 규정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매수·기부채납, 후원 등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한 법인은 △취득 사유 △재산 종류·수량 △가액 등을 재산 취득이 이뤄진 다음 해 3월 말까지 시·도지사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사후 보고 규정만 있는 것이다.
결국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사회복지법인에 증여하려는 기부 예정자는 재단이사회의 ‘수증(受贈) 의결’만 거치면 증여를 할 수 있다. 특히 재단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이사장이나 대표이사 등이 자신이 조성한 불법 재산을 증여할 경우 법적 안전장치는 더 허술한 셈이다.
최근 논란을 빚는 LG복지재단 사례에서도 이 같은 법적 미비가 허점으로 드러날 여지가 엿보였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지난 3월경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식 3만주(8월 20일 종가 기준 9억9천만원)를 재단에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는 KBS를 통해 구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A사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즈음이었다.
A사는 바이오 신약 개발 업체로 지난해 4월 미국계 투자사인 BRV(블루런벤처스)로부터 500억원을 투자받았다. 구 대표 남편인 윤관씨는 해당 투자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대표가 윤 CIO를 통해 투자 정보를 사전에 접한 뒤, A사 주식 취득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BRV의 투자 결정이 알려진 이후 A사 주식은 급등했다. 1주당 1만8천원에 거래되던 주식은 한때 5만4천100원(52주 고가)까지 급등하다 이날 현재 종가 기준 A사 주가는 약 3만3천원이다.
구 대표와 LG복지재단은 A사 주식의 취득 시점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구 대표가 주식 취득 관련 내용 등) 관련 사안에 대해 따로 전달한 것이 없어 알지 못 한다”고만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구 대표의 부정 거래 의혹의 진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174조는 상장법인 업무와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와 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LG복지재단 이사회는 구 대표의 ‘부정 거래 의혹’ 논란에도 지난 5월 구 대표의 A사 주식 증여 가부를 결정하는 ‘보통재산 수증의 건’ 등을 상정했다. 다만 당시 이사회는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수증 의결을 보류했다.
이후 구 대표는 지난 7월 자신이 보유한 현금(13억원2천500만원)과 토지매매 계약 권리(14억3천만원) 등 144억5천500만원 상당을 기부하기로 했다. 해당 안건은 구 대표의 자택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구 대표의 부정 거래 의혹이 논란을 빚고, 해당 주식의 재단 기부 시도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증여 결정 배경에 대한 여러 의혹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석연치 않은 주식 증여 결정에 대해 향후 사법처리 등에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당국 감시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단 기부를 통해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불법 행위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어 조성한 재산을 기부 행위를 통해 이전하면 양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더라도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이어지면서 정상 참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이사회가 구 대표의 주식 기부를 찬성이나 반대 의결하지 않고 재논의하기로 한 점도 석연치 않다. 차후 언제든 주식 기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구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A사 주식이 어디에 귀속돼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상 주식도 현금과 마찬가지로 계좌 간 입출고 거래가 가능하다.
주식의 계좌간 거래 업무를 담당했던 증권사 한 직원은 “일반적으로 상대방 주식 계좌를 알면 현금을 이체하듯이 자신의 계좌에서 타 계좌로 출고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가 보유한 A사 주식이 이미 재단 측 계좌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재단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재논의를 결정하며 부담을 덜어낸 재단이사회가 구 대표의 주식 증여를 다시 판단해 수증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부정 거래 의혹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한 차례 심의를 보류하는 등 심사숙고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원 입장에서는 수증 의결을 결정하더라도 법적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잡음 이는 LG복지재단, 내년 경기도 정기점검 예정
한편 구 대표의 LG복지재단 운영과 관련한 잡음이 지속되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경기도의 재단 정기점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무관청은 매 3년차마다 정기점검을 하고, 현안이 발생한 경우 수시점검을 할 수도 있다.
LG복지재단(전 럭키금성복지재단)은 지난 1991년 고(故) 구자경 LG그룹 회장이 초대 회장이 설립한 이후, 지난 30여년 간 LG의인상 선정과 소외계층 지원 등을 통해 국내 대표 사회복지법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22조(임원의 해임명령)에 따르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는 회계부정이나 인권침해 등 현저한 불법행위나 그 밖의 부당행위 등이 발견됐을 때 임원의 해임을 명령할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4월 취임한 구 대표는 내년 3월 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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