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으론 풀기 어려운 '독립서점' 창업의 아이러니 [視리즈]

최아름 기자 2024. 8. 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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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대한민국 문화혈관 복구 프로젝트
5편 일하는 대신 쉬었다는 청년 최대
돈 안 되는 청년 서점 창업 비중 증가
인구소멸 지역에서 서점 여는 사람들
그 지역에서 책방이 해낼 수 있는 것

# 인구소멸지역에 '서점'을 낸다면 당신은 뭐라고 하겠는가. 십중팔구 '미친 짓'이라고 할지 모른다. 인구소멸 지역이니 사람이 있을 리 없고, 책을 읽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테니 말이다.

#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수많은 청년들은 지역에 서점을 연다. 그곳에서 책을 팔고, 문화를 팔고, 경험을 판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여들고, 문화적 장터가 생긴다. 컬처노믹스(Culturenomoics)의 전형적 모습이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청년이 가장 많은 지금에도 어떤 청년들은 서점을 연다.[사진=펙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일하지도 않고 직장을 구하지도 않으며 일을 원하지도 않는' 20~30대 청년은 42만6000명에 달했다. 전년 동월보다 4만명(10.3%) 늘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2년 6월(36만8000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취업자ㆍ실업자가 아닌데도 "그냥 쉰다"고 답한 청년이 이렇게 많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수많은 청년이 질 좋은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구직 의욕을 잃고 있다는 뜻이라서다. 이런 청년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 리는 더더욱 없다. '그냥 쉬는데' 폐업 위험이 큰 위태로운 도전을 꾀할 리 없어서다.

그런데 역설적 통계도 있다. 청년들이 만든 지역의 독립서점이 증가세를 띠고 있다는 거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2020년 2528곳이었던 지역 독립서점은 2022년 2716곳으로 소폭 증가했다.

늘어난 지역서점의 주인 대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청년이다.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청년들이 다른 한쪽에선 '독립서점'을 열고 있다는 건데, 이는 다른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 있는 서점 사업자는 9185명이다. 그중 20대는 267명, 30대는 1071명으로, 비중은 각각 2.9% 11.6%로 총 14.5%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2년에 서점을 창업한' 사람 1128명으로 대상을 좁히면 결괏값이 달라진다. 20대 서점의 신규 창업자는 107명, 30대 서점 신규 창업자는 260명으로, 전체의 9.5%, 23.4%를 차지했다. 2022년 서점을 창업한 이들 중 32.5%가 2030세대란 얘기다.

이 통계엔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함의가 깔려 있다. 지역은 지금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러 통계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노인 10명당 젊은 여성 인구가 5명에 못 미치는 '소멸 위험' 지역은 전체 228곳 기초지자체 중 130곳(올해 3월 기준)에 달했다.

산업연구원은 각 지역의 경제 인프라를 고려한 소멸 위험 지수를 산출했는데, 당장 소멸 위기에 놓여있거나 곧 소멸 위기가 닥칠 지역은 100곳을 훌쩍 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간극은 70만명에 이른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이후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청년들은 왜 전국 곳곳에서 '독립서점'을 내고 있는 걸까. 경제학적으론 답을 찾기 어렵다. 인구소멸지역에 서점을 찾을 독자가 많을리 없다. 그런 지역일수록 주민의 연령대가 높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료 | 통계청, 산업연구원]

당연히 독립서점이란 간판을 걸어봤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독립서점을 통해 일구려는 건 뭘까. 답은 '컬처노믹스(Culturenomoics)'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 독립서점을 '문화의 장터'로 만들어, 사람들을 유인하겠다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2023년 경남 하동에 만든 '이런책방'은 폐교 운동장을 일종의 문화복합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과 마켓을 열고 행사를 통해 사람을 모은다. 2020년 경남 남해에 만들어진 지역서점 '스테이위드북'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위층에서는 비건음식을 아래에선 맥주와 책을 공간을 판다. 일종의 지역 관광지로 성장했다.

강원 영월에 2019년 만들어져 2023년 더 깊은 산 속으로 이사한 '인디문학 1호점'에는 기꺼이 작가들과 독립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찾아온다. 이쯤 되면 핫 플레이스다. 이들은 과연 소멸하는 지역에 '컬처노믹스'란 열쇠를 선물할 수 있을까. 각각의 공간을 현장 탐방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 | 문학전문기자
Oleu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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