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올림픽과 ‘팀 코리아’
2024 파리 올림픽은 한국시간 2024년 8월 12일 오전 4시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문화와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근대 올림픽은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인연이 깊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Pierre de Coubertin)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정신을 부활하고자 하는 노력 끝에 1894년 파리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창설했다. 그리고 2년 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아테네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이고 그 정신을 이은 근대 올림픽의 첫 개최지의 상징성이 컸기 때문이다.
제1회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 이상이었다. 이 대회는 전 세계가 평화와 화합을 다지기 위한 올림픽이 되었으며, 국가 간의 우정이 가장 중요한 대회 목적이었다. 아테네 올림픽은 이후 계속된 대회의 기틀을 마련했고, 올림픽의 전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림픽은 참가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을 널리 알렸고, 메달과 국가 순위 경쟁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한 국제 교류와 평화 증진이 올림픽 개최 목적이었다. 이것은 오늘날까지 올림픽 정신의 중요한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숭고한 전통과 역사 뒤에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쿠베르탱 남작이 처음부터 고대 그리스의 숭고한 이상을 받들어 근대 올림픽을 시작한 것은 아닌 듯하다. 프랑스 육사를 다니다가 교육학자로 인생의 항로가 바뀐 쿠베르탱은 유럽의 최강국이었던 프랑스가 나폴레옹 전쟁 이후, 영국의 국력이 더 강해지고, 신생 강국인 독일과의 보불전쟁(1870~1871)에서 패하자 프랑스의 부흥을 위한 국제적인 체육대회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자신이 보기에 나약한 프랑스 청년의 체력을 증진 시키기 위함이 대회의 첫째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해 가는 과정에서 판이 커지고, 계획이 확장되었다. 결국 올림픽이 된 것이다. 전국 소년체전을 준비하다가 국제적인 올림픽이 된 것이다.
올림픽은 월드컵과는 달리 개최 장소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도시가 된다. 국가 간 경쟁보다 우정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1924년부터 하계 올림픽과 분리되어 시작된 동계 올림픽도 마찬가지이다. 1988년 24회 서울 하계 올림픽과 2018년 23회 평창 동계 올림픽도 대한민국이 개최한 것이 아니라 서울과 평창이 개최한 것이다. 실상 대회는 도시이지만, 올림픽의 유치와 개최는 해당 국가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올림픽은 높은 이상과 목적이 있지만, 이와 대비되는 뒷이야기가 많은 것도 과도한 경쟁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필자의 기억에서 역대 ‘팀 코리아’의 감동을 되새겨 보았다. 우선 양정모 선수가 생각이 난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대회에서 레슬링 자유형 62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다. 양정모 선수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금메달 하나에 온 국민이 울고 감동한 시절이었다. 몬트리올 대회에서 금메달 못지않게 값진 성과는 구기종목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었다. 당시 예선부터 조 편성이 배구 강국인 소련 동독 쿠바와 한 조가 되었고, 한국의 메달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164cm의 작은 키였지만 서구 장신 선수의 블로킹 위에서 스파이크를 시원하게 때리던 ‘나는 작은새’ 조혜정 선수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어무이, 이제 고생 끝났심더”라는 구수한 사투리의 수상 인터뷰가 기억나는 ‘왕발’ 하형주 선수가 있었다. 유도 강국 일본을 비롯한 쟁쟁한 우승 후보를 연달아 꺾고 95kg급 남자 유도 금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안으며 대한민국 최초 유도 금메달리스트의 타이틀을 얻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2연패, 마라톤의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내는 감동도 기억이 새롭다. 우리나라 올림픽 성과는 늘 예상보다 대단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총 144명이 메달 순위 8위라는 성과도 얻었다. 정말 강한 대한민국이다. 올림픽의 모든 국가대표 선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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