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움직이는 `파월의 입`… 시나리오별 시장 대응은
완화발언 땐 증시 상승세 강화
"매파적 입장 보일 가능성 낮아"
오는 22~23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발언에 쏠리고 있다.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확실시 되고 있지만, 파월의 발언에 따라 최근 변동성이 커진 글로벌 증시가 한 번 더 출렁일 수 있어서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채권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25bp(1bp=0.01%포인트) 인하 전망이 77.5%, 50bp 인하 전망이 22.5%다.
보폭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 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시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이 23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연준의 스탠스에 대해 어떤 힌트를 줄지가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관건이 됐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말 미국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열리는 글로벌 경제 정책 심포지엄으로, 연준 의장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장과 경제학자들이 모여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여기서 내놓는 연준 의장의 메시지는 향후 통화 정책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한다.
증권가에서는 잭슨홀 미팅에서의 파월 의장 연설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태도를 보이는 시나리오, 두 번째,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어조를 보이는 시나리오, 세 번째, 파월 의장이 중립적인 발언을 내놓는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조심스러운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연준이 원하는 수준 만큼 내려왔고, 8월 초 실업률이 안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액션을 더 취해도 된다는 명분이 생긴 상황"이라면서 "파월 의장 입장에서도 25bp 금리인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전망하며 매파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역사적으로 잭슨홀 이후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는 시장의 하방 압력이 높고 9월 FOMC에 앞서 엔비디아 실적, 고용 및 물가 데이터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우려는 이번 잭슨홀 미팅을 통해 거의 대부분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제조업 경기 위축 등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기존의 연착륙 시나리오를 견지하면서 25bp 인하 신호를 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을 경우 최근 회복세를 보인 글로벌 증시가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지난 5일 폭락했던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지난주 작년 11월 이후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 사상 최고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한 상황이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래로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 의장이 완화적 스탠스를 보일 경우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났다"며 "특히 현재와 유사한 금리인하 시그널링 사례인 2019년의 경우 잭슨홀 미팅 이후 9월 FOMC를 통해 2번째 금리인하가 단행됐는데 뚜렷한 주식시장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지수의 뚜렷한 둔화세가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며 "더불어 최근 고용 안정을 위한 경기관리 필요성도 높아진 만큼 2019년 직전보다 더 경기침체 시그널이 강화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서 '빅컷'(big cut·50bp 인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질 경우, 파월 의장이 25bp 인하를 언급하더라도 주식시장이 실망감을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김석환 연구원은 "만약 파월 의장이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성 발언을 할 경우 이달 초와 같은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시장이 좀 더 과격한 신호(50bp)를 기대하며 25bp 인하에 대해 실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증시의 경우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른 뉴욕증시 움직임에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이되 오는 2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도 촉각을 기울일 전망이다.
김현성 연구원은 "국내증시의 경우 금통위에서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과 관련해 기존 2.5% 연간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가 유지될 것인지를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증시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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