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업계도 "페미니즘 선동 안돼"…리뷰어들에게 '사전 입단속'
중국 게임업계 내 화제작인 '검은 신화:오공'의 개발·운영사가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페미니즘 선동 금지'를 통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한국 게임업계에서 횡행하고 있는 페미니즘 백래시(반발)가 중국에서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나온다.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20일 출시한 '검은신화:오공'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게임 사이언스(Game Science)' 측은 게임 출시에 앞서 사전 리뷰를 진행하기로 한 일부 인터넷 방송인(리뷰어)들에게 여러 제한 규정을 통지했다.
이같은 사실은 게임기자 출신 리뷰어 '베노잇 엑스서브 레이니에르(Benoit "ExServ" Reinier)'가 지난 17일 유튜브를 통해 공론화하면서 알려졌다. 레이니에르에 따르면, 게임 사이언스가 내건 제한 규정은 △코로나19 언급 금지 △정치, 폭력, 페미니즘 등 선동 금지, △중국 게임산업 정책 토론 금지 등으로, 레이니에르는 이같은 내용을 '검은 신화: 오공'의 공동 운영사인 히어로게임즈(Hero Games)의 한 구성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했다.
게임 사이언스는 해당 규정 관련 논란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게임 매체 코타쿠(Kotaku)는 레이니에르의 공론화를 소개하며 "게임 사이언스는 코타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게임 사이언스는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게임 스튜디오로, 이 업체가 개발한 신작 '검은신화:오공'은 사전 판매로만 2000억여 원을 벌어들였으며, 출시 한 시간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18만 명, 3시간 만에 140만 명 돌파하는 등 중국 게임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게임 사이언스에 대한 대중의 찬사 이면엔 수년간 지적받아온 성차별 논란이 있었다. 게임 사이언스는 설립 후 홍보 포스터 및 영상물에서 지속적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거나 비하했으며, 게임 사이언스 소속 개발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노골적인 성차별 발언을 하는 등의 문제로 논란을 빚어왔다.
이번 출시작인 '검은신화:오공'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으며, 해외 유력 매체인 <가디언(The Guardian)>과 게임 매체 IGN 등은 게임 사이언스에 성차별 문제에 대한 해명을 계속해서 요구했으나 어떠한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게임 사이언스의 대처를 두고 중국 게임업계에서 한국과 유사한 성편향 및 페미니즘 백래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chuapp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서브컬처 게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남자 캐릭터가 있으면 게임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유남불완(有男不玩)'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며 "시장 환경의 변화로 중국 내에서 게임 커뮤니티의 입지가 높아졌고, 중국 내 남성 게이머들 역시 목소리를 키우며 여론의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검은신화:오공은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게임이지만 게임사가 중국에 위치해 있고 다수 이용자가 중국인인 만큼 국내 이용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게임에 페미니즘이 엮이면 매출에 영향이 갈까 봐 사전에 방송인들에게 페미니즘 언급을 차단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화가 바뀌려면 게임사가 일부 이용자들의 혐오적인 목소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메시지를 내야 한다"라며 "미국 사회에서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대중적으로 전개되자 많은 기업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성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게임업계도 성차별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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