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연봉자, 수도권 주담대 한도 2800만원 준다

안승진 2024. 8. 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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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핀셋 규제 내용·배경
비수도권은 1300만원 깎여
2단계 DSR 지역별 차등 적용
서울 신축아파트값 최대 폭등
2분기 가계빚도 1896조 ‘최대’
집값 상승 주도 수도권 조이기
집값 전망은 34개월 만에 최고
전문가 “가격 상승 억제 회의적”
금융당국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음달부터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경우에 따라 수천만원씩 줄어들 전망이다. DSR은 대출자의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 대출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가 가산되면 원리금 상환액이 커져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다만 금리 인하를 앞두고 당국의 대출 규제가 집값 상승 억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0일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은행에서 연 4.5% 변동금리로 30년 만기 대출을 받을 경우 현재는 1단계 스트레스 금리(0.375%포인트)가 적용돼 최대 3억1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 수도권은 2억8700만원, 비수도권은 3억200만원으로 줄어든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가 수도권은 1.2%포인트, 비수도권은 0.75%포인트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는 현재 최대 6억3000만원의 대출이 나오지만 다음달부터는 5억74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5600만원 줄어든다. 같은 소득 기준 비수도권 주담대는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2600만원 감소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더라도 DSR 37~40% 수준의 차주에 한해 대출한도 축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정금리 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금리의 일부분(30∼60%)만 반영됨에 따라 실수요자의 불편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타깃 대출 조이기 배경은

금융당국이 수도권 핀셋 규제에 나선 이유는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서울·경기 지역 아파트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총 10만3175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하반기(10만7921건) 이후 다섯 반기 만에 10만건대를 회복한 것으로, 저점이었던 2022년 하반기(3만3891건)에 비해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매매는 총 13만3199건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하반기 29.61%에서 올해 상반기 43.65%로 늘었다.

지난달 서울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2.34%로 서울 전체 아파트 상승률(1.19%)의 2배에 육박했다. 이는 신축 아파트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가계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도 이번 조치의 배경이 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1882조4000억원)보다 13조8000억원 늘어난 수치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다. 앞서 가계신용은 지난해 2분기(+8조2000억원)에 이어 3분기(+17조원), 4분기(+7조원)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1분기 들어 3조1000억원 줄어들며 감소 전환한 뒤 이번에 다시 뛰어올랐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2분기 말 잔액이 1780조원으로 전 분기 말(1766조4000억원)보다 13조5000억원 불어났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1092조7000억원)이 16조원이나 급증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3구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단지. 뉴스1
◆전문가 “집값 상승 막지 못할 것”

금융당국의 수도권 가계대출 규제에도 하반기 주택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로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더 많다는 의미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는 “(수도권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상향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주담대 수요 억제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다만 하반기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부동산 가격 증가 속도를 대출금리가 따라잡지 못해 결국 스트레스 DSR 시행을 해도 수요 억제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디딤돌 대출 등 초저금리 대출을 해주다 집값이 오르니까 다시 규제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출산율은 낮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에 주택은 꾸준한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DSR 규제는 수요 억제책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승진·박미영·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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