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발전과 송도국제도시 [유승훈의 에너지의 경제학]

2024. 8.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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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독일 리히터펠데 열병합발전소 전경. EPA 연합뉴스

도시는 24시간 전기와 온수를 필요로 하며 겨울 난방도 필요로 한다. 이에 세계 각국은 도시에 전기, 온수, 난방열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은 2015년 11월 '도시에서의 지역에너지(District energy in cities)'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도시에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전기와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을 제언했다. 특히 유엔이 1973년 지구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특별하게 만든 국제기구가 UNEP이기에 이 보고서는 각국의 주목을 받았다. 이 보고서는 그 방안으로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을 지적했다.

일반적인 발전소 효율은 기껏해야 45%에 불과하지만,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의 효율은 통상 80∼92%이며 97%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일러로 열을 생산할 때에 비해,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을 통해 함께 생산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도 절반이 된다고 밝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열병합발전을 채택했고 이를 늘리고 있음도 소개했다. 사실 유럽에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 내에 열병합발전소가 건설돼 운영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가까운 일본 및 중국도 열병합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UNEP는 현재 주요 도시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에너지 공급 방안을 조사, 정리하면서 도시에서의 열병합발전 확대를 제안한 것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거의 대부분의 수도권 신도시에 열병합발전이 설치돼 있다. 목동, 마포, 분당, 일산, 판교, 위례, 하남, 안양, 부천, 동탄, 광교, 별내, 김포, 파주 등이 그렇다.

사실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은 다양한 장점을 가진다. 첫째,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대폭 줄어든다. 에너지 수입의존도 93.7%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열병합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11위이기에 이 장점 또한 중요하다. 셋째,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을 그대로 배출하는 보일러와 달리 환경설비를 통해 질소산화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아 대기오염 개선에 도움이 된다. 넷째, 개별 가정에서 보일러를 갖출 필요가 없기에 그만큼 주택 내 공간 활용이 여유로워진다. 다섯째, 외벽에 보일러 배기구를 설치하지 않아 주택 외관이 깔끔해진다.

따라서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 건설 반대 움직임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특히 도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첨단 산업체도 늘고 있어서, 2036년이 되면 송도의 열 수요가 2023년의 2.1배가 될 전망이다.

최근 분당과 일산에서는 주민 동의를 거쳐 현재 있는 노후 발전소를 최신형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로 교체하기로 결정했고 정부 허가도 받았다. 경기 남양주 왕숙 신도시의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도 현재 건설 중이다. 세종시는 기존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에 추가해 최근 열병합발전소를 하나 더 지어 9월부터 가동한다.

만약 열병합발전소를 짓지 못하면 보일러를 대거 설치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온실가스와 질소산화물 배출이 늘어나고 에너지 비용이 증가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 열병합발전 사업자는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주민들은 타 도시의 천연가스 열병합발전 사례를 살펴보면서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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