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효 관세청장 "마약 밀반입 적발 못해 죄송"…외압 논란엔 '선 긋기'

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2024. 8.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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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마약' 수사팀에 직원 방문 논란에
관세청장 "기관장으로서 해야 할 일" 주장
고광효 관세청장. 연합뉴스


고광효 관세청장이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작년 1월 국제 조직의 마약 밀반입을 적발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마약 밀반입 관련 세관 연루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해당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팀을 직접 찾아간 점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강조했다가 청문위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고 청장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해당 청문회에서 지난해 1월 27일 당시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6명이 필로폰 4~6kg을 몸에 부착해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하는 것을 적발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관세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이 피의사실 공표할까 봐 관세청 세관 직원들의 명예와 사기가 훼손될까 봐 우려했는데, 정작 명예와 사기가 훼손되고 실추된 것은 경찰 아닌가"라며 "잘못한 쪽은 세관인데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 청장은 "1월 27일 저희가 적발하지 못한 것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아울러 관세청 소속 정기섭 전 여행자통관2국장도 이날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지난해 1월 27일 마약을 몸에 부착하고 밀수가 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저희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잡아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경찰의 세관 마약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상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행에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섰다. 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으로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경정은 이 과정에서 관세청과 서울경찰청 수뇌부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특히 그해 10월 6일엔 정 전 국장 등 관세청 관계자들이 영등포서에 직접 찾아와 '고 청장 지시를 받고 왔다'며 '(언론 브리핑에서) 저희 기관에 대해 언급을 안 하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게 백 경정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 전 국장은 "당시 김재일 전 인천세관장과 통화하면서 '내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언론 브리핑을 한다는 소식이 있던데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며 "브리핑이 있는지, 어떤 내용을 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가게 됐다"며 감사담당관 등과 함께 경찰 수사팀을 찾아간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고 청장 지시로 방문한 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정 전 국장은 "9월 22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하고 나서 내부 자료를 확인해 보고 출입 기록을 확인해 보니 마약 운반책들이 처음 진술했던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을 확실하게 알게 돼 (경찰에) 가서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보도를 좀 신중히 해 달라고 하려는 목적으로 갔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당시 관세청 관계자들의 수사팀 방문이 "청탁" 목적이었다며 "그런 자리에 감사 관련 직원을 보내는 기관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고 청장은 "사건 청탁 자리에 감찰과장을 보냈다는데 저희는 사건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를 삼가해 달라고 제가 보낸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야당을 중심으로 '언론 브리핑 내용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청탁', '수사팀을 찾아 언론 브리핑까지 관여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고 청장은 "수사 내용을 봐 달라고 한 적도 없다"며 "전혀 청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관장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세청의 명예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수사 과정에 개입한 적 없고,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재차 수사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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