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영상과 결합해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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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가까이 되는 세계 영화사에서 영화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든 혁명을 하나 꼽자면 1927년 소리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소리의 도입은 영화제작 방식부터 영화관 같은 영화 상영의 조건에 이르기까지 영화 산업을 재정립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수용하는 양상까지 크게 바꿔놓았다.
소리와 영상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유성영화의 효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우선 관찰하는 것이 청각예술로서 영화를 재발견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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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일대 혁명, 소리에 대한 탐구
영화, 소리의 예술(미셸 시옹 지음 / 이윤영 옮김 / 875쪽 / 4만 4000원)
130년 가까이 되는 세계 영화사에서 영화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든 혁명을 하나 꼽자면 1927년 소리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소리의 도입은 영화제작 방식부터 영화관 같은 영화 상영의 조건에 이르기까지 영화 산업을 재정립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수용하는 양상까지 크게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소리의 도입은 영상 자체를 바꾸게 했다. 일례로 소리가 들어오면서 영화에 실제 시간이 도입됐다. 실제보다 약간 빠르거나 느린 화면이 관객의 눈엔 크게 거슬리지 않지만, 관객의 귀는 왜곡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영화의 소리는 커다란 중요성을 지녔지만, 그에 관한 연구는 영상 연구보다 부차적으로 다뤄졌다. 이에 작곡가이자 음악학자, 영화 이론가인 저자는 영화의 소리 문제에 주목, 이 책을 통해 독보적 이론을 펼친다.
이 책 표지에 쓰인 이미지들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새'(1963)에 등장하는 시퀀스를 사용했는데, 해당 시퀀스는 이 책의 핵심 테제 중 하나인 '유성영화는 덧쓰기 예술이다'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예시다. 덧쓰기 예술이란 새로 기입된 것(유성영화)이 기존의 것(무성영화)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기존의 것이 남아 있으면서 새로 기입된 것과 공명하는 예술을 뜻한다.
'새'의 시퀀스를 보면 학교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 멜러니 뒤로 정글짐이 있으며, 이 정글짐에 까마귀가 하나둘씩 내려앉는다. 영상은 멜러니와 정글짐을 번갈아 보여주는데, 정글짐이 까마귀 떼로 뒤덮인 후에야 멜러니는 상황을 알아차린다.
해당 시퀀스엔 학교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만 들려올 뿐, 새들의 날갯짓 소리나 멜러니의 절규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상에서 암시되는 날갯짓 소리와 절규를 듣는다. 이는 무성영화 시기의 관람 경험과 이어진다. 관객은 영화를 자기 방식대로 완성한다. 소리를 암시하기만 했을 뿐인데도 실제로 '들었다'고 여기며, 소리가 덧입힌 정보를 영상에 투사해 자신이 '봤다'고 여긴다. 소리와 영상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유성영화의 효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우선 관찰하는 것이 청각예술로서 영화를 재발견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소리에 관한 여러 주제를 제시하며 풍성한 사례들을 검토하는 이 책은 소리의 관점에서 영화사 전체를 다시 쓰는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하는 한편, 소리가 들려오는 공간 문제나 목소리, 음향효과, 영화음악, 침묵까지 아우르는 소리의 차원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영화의 초상'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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