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세포배양 식품서 지속가능한 미래 해답 찾아 … 내년 흑자전환 목표"
식량안보·기아해소·기후위기 등 문제 해결방안 고민
지난달 바이오미래식품산업협의회 초대 회장에 선출
싱가포르·태국·美·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 확장 준비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해답을 '세포배양 식품'에서 찾았습니다."
'세포배양 기술'을 처음 접하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배양육 기술은 가축이나 물고기를 잡지 않고 필수 영양분을 생성하는 바이오 푸드 테크 기술이다. 국내에선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배양육 등 세포배양 식품 생산기술을 신성장산업으로 선정해 배양육·대체육 등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연쇄 창업가'인 정일두(사진) 심플플래닛 대표는 배양육 산업을 처음 접한 후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박사를 수료한 그는, 미래세대가 지구에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항상 의문을 갖곤 했다. 자연스레 식량안보, 기아해소, 기후위기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세포배양 기술'을 통한 근본적인 식량생산 시스템의 변화였다.
세포배양 기술은 '세심함'이 필요한 연구라고 판단한 그는, 어려운 공정과 기술력을 필요로 한 '세포배양 기술'을 보다 단순화시켜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2021년 4월 9일 심플플래닛을 설립하게 됐다.
정 대표는 "세계적인 식량 문제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생때부터 연구해왔다. 그동안 생각해오던 해답을 배양육 산업에서 찾으며 심플플래닛을 세우게 됐다"며 회상했다.
심플플래닛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 정 대표는 심플플래닛을 창업한지 반년이 지난 후 서울대 내부에 있는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한국사무소를 방문했다. 그는 사무소에 찾아가 식량안보, 기아해소를 위해 어떤 문제가 중요하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물었다. 그 과정에서 세포 배양 식품의 필요성과 심플플래닛이란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갈지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궁극적인 질문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갈피를 잡은 정 대표는 심플플래닛의 기술력을 보다 업그레이드 시켜나갔다. 그결과 심플플래닛은 세포배양을 통해 생산한 고단백 배양육 파우더 및 불포화지방산 고함유 동물성 지방 페이스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다양한 식품첨가물 및 기능성 원료 등을 적용해 즉각적인 상용화가 가능하며, 하나의 생산 시스템에서 맞춤형 원료를 생산할수도 있다.
세포배양식품을 생산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료인 세포확보 기술 및 SCDP(부유세포주화 개발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소, 돼지, 닭, 오리, 어류로부터 세포배양식품 생산을 위한 총 13종의 특화 세포주도 확보했다. 현재 미니 플랜트 단계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심플플래닛의 고단백 배양육 파우더의 경우 고기 모양을 만드는 틀을 사용하지 않고 근육세포 상태에서 바로 파우더화한 것이 특징이다.
정 대표는 "지방 페이스트는 불포화지방산 함량 증대 기술을 이용해 만든 세포 배양 지방이다. 세포배양을 통해 생산된 단백질과 지방은 식품원료로 사용되며 기존 대체 단백을 비롯한 식품의 맛과 영양성분을 보완해 고도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농업 시스템의 수평 발전 및 강화를 위해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방식을 제안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생산량 및 품질 저하에 대한 해결책과 식량 공급 불안정성을 해소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심플플래닛의 세포 배양 식품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기아해결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오랜 굶주림으로 영양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들은 완제품을 바로 먹기 보다는 영양수액, 죽, 쉐이크 등의 식품을 단계 별로 공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세포배양 기술 확산에 주력한 결과 심플플래닛은 '글로벌 푸드테크 500대 기업'에 2023년부터 2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총 110억원 규모의 배양육 개발 국책과제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난달 정 대표는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바이오미래식품산업협의회의 초대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배양육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 미래식품 기업들이 뜻을 모아 대응책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발족하게 됐다"며 "지속가능한 미래식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산업화하는데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바이오 미래식품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규제기관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년 동안 바이오미래식품산업협의회장으로 활동하게된 그는, 지속가능한 미래식품을 연구하고 개발해 세포배양 기술을 산업화하는데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협회는 바이오 미래식품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규제기관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향후 심플플래닛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미국·캐나다 지역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전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가 허가된 만큼 배양육 관련 기술 연구도 활성화돼 있다.
심플플래닛도 싱가포르에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태국 현지 식품기업과 협업을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생산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연구소와 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심플플래닛은 하나의 생산 시스템으로 다양한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내년에는 흑자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후 2026년 사업 안정화가 이뤄지면 2027년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바이오 푸드테크가 마주한 허들을 넘기 위해 배양식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연구와 대량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생존과 안전에 직면하게된 지금, 이러한 문제점들을 심플플래닛이 함께 해결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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