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李 회담, 민생 의제 주도권 경쟁…정치력 시험대(종합)

류미나 2024. 8.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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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25만원 물꼬 트일까…'뇌관' 채상병특검도 테이블 오를듯
차기 잠룡 간 '중도클릭' 경쟁 본격화…회담 공개·배석 놓고도 신경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류미나 설승은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공식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와 정쟁에 대한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마주 앉는 두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국민에게 선보일 결과물을 내놓는 게 당면 과제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 결과는 한·이 대표의 정치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민생 의제를 고리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각 진영의 잠룡으로서 중도층에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구상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대표는 '격차해소'를, 이 대표는 '성장'을 강조하며 각 당의 기존 노선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야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회담 의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이다. '채상병특검법'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생각 잠긴 한동훈-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투세·25만원 등 각론 이견에도 '민생 회복' 접점 가능성…외연확장 경쟁 본격화

한·이 대표의 이번 회담에선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합의점을 도출하거나 최소한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필두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개편 등 세제 관련 논의를, 이 대표는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금투세 등 각종 세제 개편 방향과 관련해 민주당 차원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유예를 주장해 온 만큼, 이와 관련한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과 관련해선 양당 모두 협상의 여지를 열어놨다.

국민의힘이 보편 지원 대신 취약계층 선별지원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선별 지급도 논의할 수 있다는 기류다. 다만 국민의힘은 민주당 안의 '전국민·지역화폐 지급' 방식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 측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는 취약계층에 두텁게 지원하자는 게 기본 원칙"이라면서 "민주당이 지급 범위와 방식 조정에 동의한다면 전향적으로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급액 규모나 방식, 대상 등 모두 여당과 협상할 수 있다"며 "채상병특검법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협상은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추가로 협력할 수 있는 민생 현안으로는 당정이 추진 중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인구전략기획부 출범, 반도체특별법 등이 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지구당 부활'도 양당 간 이견이 적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대화 나누는 한동훈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8.18 ksm7976@yna.co.kr

채상병특검법 논의 가능성 있지만…양측의 인식 간극 커

이번 회담에서 민주당이 세 번째 발의한 채상병특검법이 의제로 다뤄질지도 관심사다.

국민의힘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특검법을 포함해 민주당이 제안한 모든 의제를 회담에서 의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특검의 수사 범위, 추천 방식, 도입 시기 등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양당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인 만큼 오는 25일 회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 여사 등을 수사 대상으로 적시해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한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안한 '제삼자 특검 추천방식'도 수용할 수 있다며 여당에 공을 돌린 상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 여사를 겨냥한 정쟁용 특검법에 대해선 이미 '수용 불가'로 선을 그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여야가 원점에서 특검 도입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담 전체공개? '양자 vs 당대당'…형식 놓고도 신경전

회담을 앞두고 여야는 의제뿐 아니라 형식을 놓고도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날 국민의힘에서 대표 회담을 전체 공개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민주당이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배석자 없이 대표 두 사람만 만나 회담하며 이를 생중계 하자는 취지다.

이에 민주당 이해식 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 방식과 주제를 툭 던지듯 발표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두 대표의 독대보다는 당직자들이 배석하는 형태의 회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로 검토됐던 양당 비서실장 간 실무회의는 결국 무산됐지만, 양당은 내부회의를 거쳐 이르면 21일 다시 회동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8.19 utzza@yna.co.kr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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