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배틀' 하자는 한동훈, 피할 생각 없는 이재명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8. 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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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재명 대표의 회담을 앞두고, 한 대표가 '회담 생중계'라는 이슈를 꺼내며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회담 시작도 전에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한 대표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사실상 불꽃 튀는 '토론 배틀'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인사말만 공개되던 예전의 회담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겁니다. 한 대표는 토론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대표 측에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한동훈, 회담 생중계 제안

오는 25일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두 대표의 비서실장이 실무 협의 파트너인데요, 박정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이 기자들을 만나 회담 형식과 관련해 '오픈(공개)'하는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는 제안을 좀 해보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번 회담이 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것이고, 국민들한테 저희가 빨리 뭔가 결과를 드려야 되는 거라서 형식도 두 분이 진솔하게 좀 얘기를 하고 그 내용도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는 제안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오픈한다'는 게 '생중계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는데요,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생중계 제안 방침'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생중계 관련해 한동훈 대표가 그런 의견을 줬다", "(민주당과) 실무적으로 대화 나누는 상태다"는 겁니다.
생중계 관련해서는 (한동훈) 대표님께서 그런 의견을 주셨습니다. 민주당이 괜찮다고 하면 그렇게 진행해도 되지만 지금은 실무적으로 대화 나누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한동훈 대표가 생중계를 통해 회담을 모두 공개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해식 "언론 통한 제안 불쾌하다"

이해식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회담 생중계 제안'에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실무 협의를 거치지 않고 미리 툭 던지듯 언론을 통해 회담 생중계를 제안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한동훈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쾌한 생각도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또, "즉시 제가 전화해 어필을 했고 박정하 실장도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실수를) 인정했다"고 설명한 뒤 "박 실장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20일) 오후로 예정됐던 실무 협의는 취소됐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이 유감을 표명하면 내일(21일) 실무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재명 대표 측에서 회담 생중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해식 실장은 "우리 입장에선 생중계가 한동훈 대표에게 더 불리할 것이란 생각도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너무 성급하고 격식에 맞지 않은 접근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한동훈은 왜 '토론 배틀' 제안했나?

회담 전부터 신경전이 치열한데요, '생중계'라는 이슈로 한동훈 대표가 앞으로 치고 나간 셈입니다. 생중계가 성사되면 사실상 여야 대표의 공개 토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의 토론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4·10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초에 '선거 전 일대일 토론'을 이 대표에게 제안했는데요, 당시 이 대표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며 거부했습니다.

한 대표는 최근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한 토론을 여러 차례 민주당 측에 제안했는데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토론자로 금투세에 대해 민생토론 하자는 말씀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한 대표 제안대로 '여야 회담 생중계'가 이뤄지면, 정치인으로는 신인인 한 대표가 정치 경험이 많은 이재명 대표를 상대하는 게 모험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대표는 일대일 장시간 토론의 경험이 없습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1시간48분 동안 언론인들의 집중 질의를 받았지만, 공방을 주고 받기 어려운 형식이라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반면에 이재명 대표는 여러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 경험이 있습니다. 말솜씨만 갖춘 게 아니라 성남시장·경기도지사·대선 주자·야당 대표를 거치면서 각종 현안에 대한 이해도도 높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회담 생중계 제안이 '땡큐'일 수 있는 겁니다.

두 사람 모두 공격 성향이 강해서 토론 배틀이 이뤄지면 회담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식 회담은 앞부분 발언만 언론에 공개되고, 이후 '진짜 회담'은 대변인 등의 브리핑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담 내용이 다 전달되지도 않았고, 전달 과정에서 양측의 말이 다른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형식이 바뀔 가능성이 꽤 있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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