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기술 혁신과 동행

2024. 8. 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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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국 알래스카 인근에서 엑손모빌 소속 유조선이 좌초되면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다.

당시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상수도 분야에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했는데, 상수도관 세척 등 여러 기술적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비용과 시간까지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 많은 돈을 들여 혁신 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해도 진입장벽이 높고 소수 업체에 예속되어 제한된 기술만 채택하는 현실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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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국 알래스카 인근에서 엑손모빌 소속 유조선이 좌초되면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다.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돼 바닷속 기름 수거에 나섰지만, 젤리처럼 굳어진 기름을 제대로 건져낼 수 없었다. 사고 후 20여 년간 미궁에 빠져 있던 문제에 현상금이 걸리자, 수천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왔다. 현상금을 손에 쥔 사람은 다름 아닌 시멘트 회사의 노동자였다. 그는 시멘트가 굳지 않도록 기계로 계속 휘젓듯이, 기름도 진동 기계를 이용해 자극을 주면 얼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며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다.

탁월한 아이디어일수록 전혀 다른 분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를 본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결합하여 창조적·폭발적 혁신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기술 혁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협업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의 잠재력을 확신하게 된 건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재직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상수도 분야에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했는데, 상수도관 세척 등 여러 기술적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비용과 시간까지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 개방형 혁신 모델의 하나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 도입하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는 활동이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꼭 이루고 싶었던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지하철은 여러 기술이 총망라된 분야로서 높은 특수성과 전문성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 많은 돈을 들여 혁신 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해도 진입장벽이 높고 소수 업체에 예속되어 제한된 기술만 채택하는 현실에 놓여 있었다. 서울지하철이 직면한 여러 분야의 복잡한 문제를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지혜롭게 해결하길 바랐다. 그보다 앞섰던 건 공기업 특유의 폐쇄적 문화를 넘어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지렛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7월 제안 접수를 시작으로 현재 최종 과제 선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선정된 과제는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과공유제 또는 테스트베드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시장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변화는 결정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데 협업만큼 강력한 것이 있을까 싶다. 손을 맞잡고 함께 걷는 길이다. 서로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문화 속에서 태도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지점의 발견에 함께 기뻐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은 동행의 매력이다. 실패와 위기가 닥쳤을 땐 기대어 안고 가며 치유하고 치유받는다. 그 과정은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거라 믿는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 동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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