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년 후 더 오를 것"… 돌아온 영끌족에 가계빚 폭증
집값 전망 34개월만에 최고
고금리에도 수도권 거래 쑥
2분기 매매 17만채까지 급증
주담대 1분기만에 16조 늘며
고삐 풀린 가계부채 끌어올려
한은 "DSR규제효과 지켜봐야"
◆ 가계대출 규제 ◆
올해 2분기 가계빚이 19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난 것은 고금리에도 주택 거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이 한 개 분기 만에 3만채 넘게 뛰었는데, 빚을 끌어다 집을 사는 '영끌'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거래 증가세에 따라 집값이 1년 후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 전망은 2년10개월 만에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과 판매신용(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올해 2분기에 처음으로 1890조원 선을 넘었다. 올 1분기(1882조3900억원)에는 지난해 4분기(1885조4500억원)보다 줄었지만, 이번에는 직전 분기보다 14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가계빚을 끌어올린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올 2분기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92조7000억원으로, 약 110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직전 분기보다 16조원 늘었고, 1년 전 같은 분기(1031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60조9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는 전체 가계대출을 한 개 분기 만에 13조5000억원 늘리는 데 기여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직전 분기보다 2조5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을 창구별로 나눠 보면 예금은행에서 직전 분기보다 17조3000억원 늘었다. 증가분 가운데 주담대가 16조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 자체가 늘어난 것이 주담대 규모를 불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13만1000채에서 올 1분기 13만9000채로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7만1000채까지 급증했다. 통상 주택 매매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분기 들어 7월에도 가계부채가 2분기 수준으로 늘고 있어 관련 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당국과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했고 지난 8일 주택 공급 방안이 발표된 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9월부터 실행될 예정인 만큼 정책의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두 달 미룬 것이 패착"이라며 "금융당국이 뒤늦게 주담대를 억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 대출 증가세를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려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 이자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담대가 가계부채 상승을 견인한 만큼 정부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 인근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는 등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강해지는 추세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10월(1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보여준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을 전망하는 비중보다 크다는 뜻이다.
최근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들이) 현재 집값 흐름에 기반해 전망에 대해 답변하기 때문에 주택가격과 주택가격전망지수 간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8로 전월보다 2.8포인트 떨어졌다. CCSI 하락에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른 주가 급락, 이커머스 대규모 미정산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이희조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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