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에 첫 한국인 이름 등장…‘남병철 충돌구’

지름 132㎞…조선시대 천문학자 이름 붙여
1980년 이후 명명된 크레이터 중 가장 커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의 이름을 딴 달 뒷면의 충돌구. 경희대

달 뒷면의 대형 충돌구(크레이터)에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의 이름이 붙었다. 한국인의 이름이 붙은 것은 처음이다.

19일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은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발견한 달 뒷면의 충돌구에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1817~1863년)의 이름이 부여됐다고 밝혔다.

달 충돌구(크레이터)는 달 표면에 운석이 부딪치면서 생긴 구덩이로, 지금까지 총 1659개의 충돌구에 이름이 붙여졌으나 한국인의 이름으로 명명된 것은 최초다. 또한 남병철 충돌구는 지름 132㎞로, 1980년 이후 명명된 달 충돌구 중 가장 큰 충돌구로 꼽힌다.

경희대 연구팀은 미국 산타크루즈대 연구팀과 공동연구 중, 한 이름 없는 충돌구가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가진 것을 발견하고 국제천문연맹(IAU)에 남병철의 이름을 신청했다. 충돌구 이름 후보는 경희대 연구팀과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의 추천과 협의를 거쳐 결정됐다. 이어 지난 14일 IAU가 최종적으로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남병철은 조선 후기 외교·문화 업무의 총책임자인 예조판서를 지낸 인물로, 왕명과 관련한 문서를 관리하는 예문관, 홍문관의 최고위 관직인 대제학을 지낸 문신이다. 뛰어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각종 천문 관련 기기 제작법과 사용법을 정리한 ‘의기집설’을 집필했다.

양홍진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장은 “남병철 선생은 동서양 천문학을 가장 잘 융합해 연구하고 발전시킨 분으로 천문 관측기구 연구도 활발히 했고 직접 만들기도 했다”면서 “앞으로도 남병철 충돌구에 대한 추가 관측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