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1명 도보귀순 확성기 방송 통했나

부사관, 고성 동부전선 넘어와
현역군인 사례 2019년 후 처음
대북심리전에 접경 귀순 늘어
경제난·재해로 통제 느슨해져

북한군 한 명이 20일 새벽 강원도 고성군의 육군 제22사단 관할구역으로 귀순했다. 북한 현역 군인의 귀순 사실이 공개된 것은 2019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동부전선에서 북한 인원으로 추정되는 한 명의 신원을 확보해 관계기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귀순자는 도보로 고성군의 동해선 근처를 통과해 22사단 작전지역에 진입한 뒤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부사관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남하 과정과 귀순 여부 등을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파악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해당 인원을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우리 군 감시장비로 포착해 정상적인 유도작전을 실시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남북 접경지역에서는 이달 들어 북한 주민들의 도보 귀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북한 주민 한 명이 한강하구 남측 중립수역을 걸어서 탈북했다. 이어 이날에는 북한군 장병 역시 동부전선을 통해 남측으로 넘어왔다.

군 당국이 잇따른 북측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달 21일부터 MDL 전역에 걸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지 한 달 만에 북한 주민과 군장병이 연이어 귀순한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들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은 국군심리전단이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 방송을 대북 확성기로 송출하며 접경지역의 북한군 장병과 주민들에게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연말부터 민족·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남북 간 도로·철도 등 연결통로를 철거하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단절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난과 자연재해가 겹쳐 사회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활용해 제3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에서 곧바로 남한으로 귀순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군은 걸어서 (남측으로) 오거나 수영해서 온다"면서 "북한군의 기강과 감시 체계의 문제 등과 같은 차원에서 만약 이 숫자가 빈번해지면 전반적으로 접경지역에 근무하는 북한 군인들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