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성과' 필요한 韓과 李 진검승부 미루고 윈윈 모색
예상보다 빨리 성사된 만남
韓·李 물밑 득실계산 영향
각각 민생·우클릭 결과 내야
쟁점적은 의제부터 처리할듯
국힘 "회담 생중계로 진행을"
민주 "일방적 제안 조금 불쾌"
실무회담 연기하며 샅바싸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자마자 전격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이 성사됐지만 만남의 형태와 의제를 놓고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이기도 한 이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첫 양자 회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예상보다 빨리 여야 대표회담이 이뤄진 것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 모두 얻을 것이 있다는 생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국회에서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각자의 자신감이 이번 대표회담의 성사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25일 대표회담을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굉장히 오랜만이고 국민께 빨리 결과를 드려야 한다"며 "그 내용도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 제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담을 모두 공개하자는 것은 한 대표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토론에서 발 빠른 대응력을 주무기로 삼는 한 대표가 회담 주도권을 쥐는 방안으로 생중계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즉각 난색을 표했다. 회담 형식을 양당의 실무협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를 댔다. 이해식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생중계는) 대표회담 성격에 어긋난다"며 "결국 한 대표가 이 회담을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생각한다는 데 조금은 불쾌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생중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날 오후 예정됐던 당 대표 비서실장 간 실무회담은 21일로 연기됐다.
첫걸음부터 꼬이는 분위기지만, 회담 성사 자체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회담 날짜까지 국민 앞에 발표한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번 회담은 각자 강점을 돋보이게 하고 약점은 희석시킬 수 있는 자리다. 더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각인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는 10월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의혹의 1심 선고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또 차기 대선을 생각해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등 세금 문제에서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 대표의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생에 집중하는 본인의 업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가 있겠다"며 "당정관계 등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카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화는 정치의 복귀를 의미한다"며 "한 대표는 이 대표와 대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 이 대표는 새로운 정국을 자신이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관점에서 양측이 회담 의제로 성과를 낼 만한 아이템을 고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두 대표의 공통된 관심사는 외연 확대"라며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중도층 표심을 못 얻어 참패했고, 민주당도 이번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서 고립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대표는 민생정책 아이디어를 연이어 내놓았고, 이 대표도 금투세 등에서 외연 확대 입장을 밝혔다"며 "그렇다면 양쪽 모두 이제 성과를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 입장에서 대통령실에서 거부감을 갖는 문제를 민주당과 합의하는 것은 위험도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을 추진해야 된다는 데 양당 이해관계가 맞물려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정쟁 정치 중단 △민생 회복 △정치개혁 협의체 등 세 가지 의제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쟁 중단은 릴레이 탄핵과 반복되는 청문회 등 국회 공전을 야기하는 일방적 행위를 멈추자는 제안이다. 민생 회복은 이견이 비교적 적은 경제 관련 정책을 협의해 먼저 통과시키자는 의미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정치개혁 협의체는 이 대표가 제안했던 지구당 부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25만원지원법'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21일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참여하는 당4역 회의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도 21일부터 국민의힘과 실무 논의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명환 기자 / 박자경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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