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정동만 "마약 외압 의혹 사실 아니면 책임져"…청문회 '진실공방'

한정수 기자 2024. 8. 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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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실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의혹은 다국적 마약 조직원들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할 때 인천공항세관 직원이 도움을 줬다는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던 경찰에 관세청 등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영등포경찰서장이 '용산'(대통령실)을 거론하며 수사팀장의 브리핑을 연기시켰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같은 외압 의혹이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행안위는 20일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를 개최했다. 해당 사건 수사를 담당했고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경정)을 비롯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는 조병노 전북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무관),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영등포서 형사과장으로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반입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백 경정은 이 때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었던 김 행정관이 부당하게 기자회견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백 경정은 지난달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영등포경찰서장에게서 '이 사건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야당은 해당 사건에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었던 김 행정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다. 대통령실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연기 지시에 대해서는 "수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라며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사항을 언론에 보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공보 규칙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은 구체적으로는 "마약 밀반입 사건에 세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었고 세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브리핑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니 연기하자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언론 브리핑을 통해 수사 상황이 흘러나가면 압수수색 대상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어 미루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사건 이첩이 검토됐던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 백 경정의 주장이다. 영등포서에서 이미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사안을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이첩을 검토한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 경정은 이첩 검토 과정에서 수사가 열흘간 중단됐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영등포서에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청 수사부장이었던 김봉식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중요한 사건을 책임감 있고 밀도 있게 수사하기 위해 수사 주체를 어디서 하는 것이 좋을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일뿐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를 두고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뜻대로 되지 않자 사건을 서울청으로 가져오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경정과 함께 수사에 직접 참여했던 직원들은 백 경정 주장과 다소 상반되는 증언을 했다. 방모씨는 외압을 느꼈느냐는 질문을 받고 "직접적으로 어디서 전화를 받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다. 아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직원인 우모씨는 이첩 검토 과정에 대해 "서울청에서 (영등포서에 의견을 들으러) 왔을 때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게 전부"라며 "수사 중단은 확인을 해 보니 사나흘 정도 문서를 생성한 것이 없다. 당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과장님(백 경정) 지휘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은 을지훈련 기간 중 경찰 관계자 등을 불러 청문회를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청문회 개회 자체를 반대해 왔다. 결국 이날 청문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여야 의원들 사이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빚어지는 일이 있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백 경정의 개인적 생각으로 국가비상 대비 을지훈련 중인데 청문회를 하고 있다. 오늘 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 아니면 위원장 이하 이 청문회를 주도한 분들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 근거 없이 대통령실과 엮는 정쟁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 고성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 쪽에서는 "청문회를 모독하는 것이다", "하기 싫으면 나가세요"라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의 시작은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현장의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제기되는 문제를 봤고, 전 국민들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 청문회를 정쟁으로 번지는 것보다 진실 규명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국민적 의혹이 있으면 여야가 논의를 해 청문회라는 절차를 진행하고, 서로 주장이 다르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국회의 정당한 절차"라며 "백 경정은 수사와 관련한 혁혁한 성과를 냈다. 이 정도 큰 성과를 내면 승진도 하고 그래야 하는 것인데 오히려 좌천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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