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이 건드린 것[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8.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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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멤버 왼쪽부터 이용주, 김민수, 정재형. 사진 메타코미디



TV에서 흔히 하는 ‘방송(放送)’이라는 말은 ‘Broadcasting’ 즉 ‘넓게 보낸다’는 말이다. 반면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콘텐츠들은 ‘협송(狹送)’의 개념을 갖고 있다. ‘Narrowcasting’ 즉 ‘좁게 보낸다’는 말이다. 정해진 영역이나 계층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뜻도 갖고 있다.

‘국민가수’ ‘국민배우’ ‘국민개그맨’은 사라진 시대다. 저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자신만의 스타를 골라가지만, 심지어 ‘나만의 스타’를 전국구 스타로 밀어 올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밀착감, 즉 ‘신뢰’로 움직이는 유대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멤버 김민수(왼쪽부터), 정재형, 이용주. 사진 스포츠경향DB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콘텐츠를 내보내기 시작한 방송사 공채 개그맨 출신 이용주, 김민수, 정재형의 채널은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콘텐츠의 인기와 ‘부캐릭터’의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연기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결국 2023년 유튜브 콘텐츠 처음으로 백상예술대상 수상자가 됐으며, 2021년 4월 구독자 100만을 넘겼다. 2024년 초에는 구독자 300만까지 넘어가 코미디 콘텐츠 유튜브 채널 중 가장 큰 채널이 됐다.

하지만 알려져 있다시피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한때 318만명을 찍었던 구독자수는 20일 현재 287만명으로 줄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회수다. 구독자수가 ‘충성도’, 조회수가 ‘화제성’을 상징한다면 100만은 쉽게 넘기던 이들의 영상은 최근 30만을 쉽게 넘기지 못한다. 최근에는 ‘배구 여제’ 김연경을 초대하고도 26만회의 조회수를 올렸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한사랑 산악회’ 포스터 이미지. 사진 피식대학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지난 5월 벌어졌던 ‘경북 영양군 비하사태’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오리지널 콘텐츠 ‘메이드인경상도’를 촬영하던 멤버들은 경북 영양을 찾았고, 영양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관광 인프라를 꼬집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하면 됐겠지만, 지명을 비하하고, 토속음식의 맛까지 비하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결국 이에 실망한 구독자들의 이탈이 이어졌고, 화제성까지 덩달아 떨어져 ‘알고리즘’의 수혜에서도 벗어났다.

이들은 지난 3월 자신들의 콘텐츠 ‘나락퀴즈쇼’에서 “과거 콘텐츠를 왜 만들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 “초심을 잃어서”라고 답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농담인 이야기인 듯하다. 그들은 백상 수상소감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며 틀을 깨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공개된 ‘피식대학’의 코너 ‘메이드인경상도’의 경북 영양편 한 장면. 사진 피식대학 화면 캡쳐



하지만 이들이 건드린 것이 있다. 바로 ‘협송’의 근본, 수용자와의 교감이다. ‘피식대학’은 초창기 다른 코미디 유튜브와 비슷하게 ‘몰래카메라류’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러다 이들의 입지를 올려준 것은 ‘B대면 데이트’ ‘한사랑 산악회’ ‘05학번 이즈 백’ 등의 상황극이었다.

이 상황극 콘텐츠들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업로드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4월1일 만우절 이벤트로 나온 영상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05학번 이즈 백’의 스핀오프 ‘05학번 이즈 히어’의 경우 서사를 위한 기반을 쌓고 있었지, 이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피식쇼’나 ‘나락퀴즈쇼’ ‘메이드인경상도’ 등 초대손님, 브이로그 형태의 콘텐츠가 메웠다. 대본과 상황을 갖고 오랜시간 고민해야 하는 상황극에 비해 다소 쉬운 형식이다. 오랜기간 이들의 각종 서사에 애착을 보였던 수용자들이 1차 실망을 한 것은 이 지점이었다.

지난 5월 공개된 ‘피식대학’의 코너 ‘메이드인경상도’의 경북 영양편 한 장면. 사진 피식대학 화면 캡쳐



하지만 피식대학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었고, 2차로 ‘경북 영양군 비하 논란’이 터진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한사랑 산악회’를 통해 가장들의 피로와 희망을 담고, ‘05학번 이즈 히어’로 신도시 ‘아재’들의 회한을 담아 공감대를 넓혔던 이들의 모습은 적어도 영양 편에서는 수용자들의 신뢰 범위를 벗어났다. 해명도 타이밍을 놓쳤다. 이미 눈 밖에 난 상황은 그들의 콘텐츠 이름처럼 ‘나락으로 빠졌다’. 이제는 그 어떤 개편으로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많은 유튜버들이 알다시피 유튜브의 생태계는 끊임없는 대체재를 양산한다. 따라서 피식대학에 실망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들은 또 다른 자신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에 안착했으며, 이전 애착 콘텐츠는 구독 목록이나 알고리즘 추천 목록에서 사라지면 곧바로 뇌리에서 잊힌다.

끊임없는 전진을 추구했지만, ‘피식대학’은 그들과 함께 걸어가려던 구독자들의 손을 놔버렸다. 한 번 일어난 변심은 거침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의 ‘안티팬’으로 가장 빨리 돌아서는 결과를 낳았다. 유튜브 생태계는 빠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정서로 움직인다. 한국인들이 중시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유대’, 이것의 단절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 ‘피식대학’은 그 양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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