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8> 세종로국정포럼 박승주 이사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 어떤 분야든지 좋다.
위대한 일은 열정으로 인해 성사된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 만난 분은 70을 넘겼으나 열정과 함께 기획력 추진력이 중장년 이상이다.
대한민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자는 열정이 우리에게 용기를 줄 분이라 서울 인사동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여가부 차관 등 30여 년 공직 삶
- 당시에 포럼 만들어 지금껏 활동
- 장차관 정책 특강 공론장 펼쳐
- 기업 해외진출 돕는 ‘KIVA’ 활동
- 지역업체 판로개척 어려움 해소
- 일자리 늘면 인구소멸 막는 효과
- “부산 등 지자체 사고 전환 필요
- 후배들 은퇴 후 봉사활동 권해”
◇ 박승주의 이모작 귀띔
- 어떤 분야든지 좋다. 자원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라
위대한 일은 열정으로 인해 성사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은퇴기에 접어들면 열정부터 옅어진다. 물론 그 자리에 인생의 경륜이 쌓이긴 하지만 폭발하는 열정을 더 보기는 어렵다. 만약 경험이 주는 지혜와 함께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질 수 있다면 대단할 것이다. 이번에 만난 분은 70을 넘겼으나 열정과 함께 기획력 추진력이 중장년 이상이다. 대한민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자는 열정이 우리에게 용기를 줄 분이라 서울 인사동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번의 행사는 어떤 행사인가요?
▶사단법인 한국국제자원봉사회(KIVA)의 멤버십 기업 친교 워크숍 행사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기업인들이 오셨습니다.
-KIVA는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요?
▶KIVA는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세계화를 촉진할 목적으로 설립된 외교부 소속의 공공외교 사단법인입니다. 외교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세계 각국과 깊은 우호 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회원 기업들의 세계적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번에 만난 이는 세종로국정포럼 박승주(72) 이사장이다. 그는 현재 KIVA의 조직위원장이기도 하다. 21회 행정고시 후 30여 년 공직 생활 중 행정안전부 국장과 대통령비서실 정부혁신지방분권비서관을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다. 필자와는 오랜 지인 관계이지만 몇 년 만에 만났는데 세월이 비켜 간 듯 여전히 맑은 얼굴이다.
-이러한 일이 왜 필요한가요?
▶우리나라는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자본 기업 기술 일자리의 절대 수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의 흡인력이 너무 커서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도 소멸하고 기업활동도 힘들어지고 있어요. 그러나 지방기업이라도 든든한 해외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면 수도권을 의식하지 않고 회사를 키울 수 있고 일자리를 늘려 지방소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해외 네트워크 개척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거죠.
-KIVA는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 건가요?
▶KIVA의 활동 주체는 기업-지자체-주한 외국대사관입니다. 이들 3주체를 자원봉사를 매개로 해서 함께 묶습니다. 어떻게 하느냐 하면, 한국에는 113개의 주한 외국대사관이 활동하고 있지요. KIVA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광역 시도별로 이들 대사관들과 1 대 1로 친교 관계를 맺게 하고서, 회원 기업들이 각 나라에 외교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합니다. 즉 광역지자체인 시도별로 지역 소재 113개의 회원 기업이 협력관계를 맺은 각 나라의 국민들이 자기 시도에 관광 교육 비즈니스 목적으로 오갈 때 지역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등 봉사를 해주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양질의 외국인 인맥을 갖게 되기에 아주 굳건한 정보교류 창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이 상상 이상으로 크게 열리게 되는 것이죠.
-매우 전략적인 자원봉사군요.
▶그렇습니다. 봉사활동 중 단단한 인맥이 형성되는 전략적 마인드 개념입니다. 그런데 KIVA 방식은 그 개념을 한 걸음 더 넘어선 방식입니다. 지방정부가 함께 하니까요. 민간기업과 지자체가 힘을 합해 외국을 대상으로 ‘공공외교 자원봉사’를 하는 방식입니다.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외교에 대칭되는 개념이죠. 문제는 지금 비수도권은 이렇게라도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생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의 개념을 넘어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의 개념까지 나아간 것 같았다. 전자가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하는 봉사활동이라면, 후자는 현대 경영전략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하는 것으로 처음부터 경제 및 사회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는 활동이다.
-지자체와 기업들의 전략적 사고 전환이 필요하군요.
▶현재 전국적으로 89개 시군구가 인구소멸 지역입니다. 정부에서는 인구소멸 대응기금을 만들고 지방정부들도 절실한 마음이긴 하지만, 방법상 맥을 제대로 못 잡고 있다고 봅니다. 기업을 키워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핵심인데, 현재와 같은 규제행정을 하는 한 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지자체가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친기업적 조장행정’을 해야 합니다.
-친기업적 조장행정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조장하는 행정을 말합니다. 핵심은 기업의 판로 확보입니다. 지방정부가 블루오션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기업을 살리는 적극행정이 바로 조장행정입니다. 우리 KIVA가 추진하는 외교 자원봉사 상생체계 구축은 바로 광역지자체의 해외시장 개척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죠. 방한 외국인들이 불편함 없이 지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포트 시스템을 가동한다면 방한객들은 한국문화를 친근하게 생각할 것이고, 이는 곧 해외 네트워크 확장으로 연결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부산시와 부산KIVA가 협력하여 벡스코에서 113개 국가의 주한대사를 초청해 기업인들과 한자리에서 부산국제통상 협력회의를 하며 부산경제 활성화를 논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KIVA 봉사연대에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겠군요.
▶상공회의소가 역할을 해주면 금상첨화입니다만 비수도권 지역의 지자체들은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이제껏 없던 구상을 해야 합니다. 과거 답습 방식을 결별하고 적극행정으로 나서야죠. 예컨대 1990년대 초반 부산 지역 교통 정체 문제를 푼 사례도 적극행정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청와대에서 부산 담당 행정관을 했는데, 부산 시내의 교통 정체 때문에 수출입 기한을 맞출 수가 없어 국가적으로 골치였습니다. 저희들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컨테이너세를 지방세로 신설하여 신선대부두 황령산터널 광안대교를 건설하는 재원 1조 5000억 원을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그 적극행정으로 부산이 매우 발전했지요. 그런데 이제 부산은 지역 위상 제고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해 빅 퀘스천 하면서 대안을 찾는 적극행정을 해야 합니다. 부산 출신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은 사무실에 지도를 거꾸로 걸어놓고 해외 경제영토를 확장했었죠. 지역기업의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부산시와 부산기업들은 상상력과 추진력을 갖춘 KIVA의 봉사연대 개념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KIVA 봉사연대는 부산 도시외교 강화로 직결될 수 있군요.
▶그렇습니다. 도시외교 실천 방법입니다. 현재 김성환 동북아재단 이사장(전 외교부장관)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최원락(전 ING뱅크 서울지점장) 홍의숙(전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이희문(전 미국 메릴랜드 목회자) 님과 저 박승주가 역할을 나눠 활동하고 있습니다. 80여 기업이 참여해 계속 확장 중이고요. 지난 6월 광주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광주 도시외교 강화 방안’ 제목으로 KIVA를 설명했는데 최치국 광주연구원장이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데, 제가 자문위원으로서 친기업 세계시야 행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운동을 할 때 사전에 KIVA 시스템이 구축되어 정부의 유치 작전과 병행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겁니다.
-세종로국정포럼도 알차게 운영되지요?
▶저는 공직에 있을 때 봉사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35년째 활동 중입니다. 특히 2005년에 설립한 ‘세종로국정포럼’이 KIVA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회원 500명이 넘는 이 포럼은 매월 장차관을 초청해 정부 정책을 직접 듣는 공론장입니다. 현재까지 총 223회 동안 초청한 강사 중에는 나중에 대통령 총리가 된 분도 여러분입니다. 그리고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는 115개 기업을 엮어서 공공외교 봉사를 한 결과 각 나라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공직자 출신으로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현직에 있을 때 인생 2막을 구상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막상 퇴직하고 나면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공직자 특유의 보수성도 있고요. 우물쭈물하다 보면 5년 10년이 금방 지나가 버리죠. 그렇기에 현직에 있을 때 은퇴 후 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둘째는 노후엔 정신 건강이 신체 건강을 이끌기에 정신 건강을 높이는 활동을 일상화해야 합니다. 저는 은퇴 후엔 봉사활동 하시라고 권합니다. 봉사활동을 하면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집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시면 강한 인맥과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되니 금상첨화입니다.
세기적 지적 스타 유발 하라리는 신체적으로 왜소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를 이 개체가 가진 상상력(지식)과 연대성으로 설명했다. 박승주 이사장의 상상력은 그의 시대를 읽는 통찰력과 함께 가히 최고급 수준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공공외교 자원봉사’라는 개념으로 중소기업의 세계시장 석권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처방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지자체의 친기업적 조장행정, 기업들의 방한외국인 봉사, 지자체-기업-주한대사관 봉사연대를 통한 지역의 세계화까지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최고위 공직자 출신으로서 시대적 소명을 안고 가는 어깨에 결기가 가득 차 있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