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후변화로 모기 비상인데… 예산삭감에 모니터링 ‘반토막’

윤솔 2024. 8. 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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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감시 예산 2억으로 급감
전국 16개 ‘매개체 감시거점센터’
격주 조사서 2024년 월 1회로 감축
철새 도래지 모기 조사도 중단돼
관련 예산 작년 12억서 80% ‘뚝’
질병청 “감시사업 어려운 상황 놓여”
학계 “간격 길어 동향 파악 어려워”
뎅기열 매개 모기 美전파 전례 지적
“새 감염병 경계태세 늦춰선 안 돼”
기후변화로 모기의 번식 속도가 빨라지며 국민 보건을 위협하고 있지만, 국내 모기동향을 감시하는 정부 사업 예산은 오히려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삭감으로 매개체(모기) 조사 빈도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면서 새롭게 유입되는 모기종이나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모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권역별로 전국 16곳이 운영 중인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거점센터’는 2주마다 이뤄지던 모기 채집 조사를 올해부터 월 1회만 진행하고 있다. 4월 첫 조사를 시작으로 모기가 활동하는 11월까지 올해 총 8회 조사가 진행될 예정인데,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총 18회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조사 횟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감시거점센터에서 진행하던 철새 도래지 모니터링은 올해 중단됐다. 작년까지 각 감시거점센터는 철새 도래지와 도심에서 각각 모기를 채집했는데, 올해부터는 도심 환경에서만 채집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예산 삭감의 영향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감시거점센터 예산은 지난해 12억3400만원에서 올해 2억6000만원으로 80% 가까이 줄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감시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그나마 용역비 등으로 5억∼6억원을 확보해 사업을 유지했다”면서 “내년도는 예산을 (12억원을) 원복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질병청 예산은 전년(2조9470억원) 대비 1조3167억원(45%) 감소한 1조6303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코로나19 정상화 이후 자연스러운 감소세이지만, 그 여파로 감시거점센터 예산이 1년 사이에 5분의 1 수준으로 깎이면서 사업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감시거점센터 사업은 주로 권역별 대학과 협약을 맺어 진행되는데, 사업 현장의 우려가 크다. 대학에서 감시거점센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철새 도래지 조사는 경비가 많이 들지만 중단돼선 안 될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고신대 감시거점센터의 연간 예산은 8600만원가량에서 올해 3000만원 이하로 줄었다. 고신대는 지난해 뛰어난 실적을 거둬 우수 센터로 표창을 받은 곳이다. 

이 교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철새 도래지에서 특별한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없어 일각에선 ‘굳이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그렇다고 이 조사조차 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새로운 모기가 유입됐는지를 전혀 알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 달에 1회 진행되는 채집 조사로는 유의미한 전국 모기 동향을 알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각 거점센터가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질병청이 16개 거점센터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취합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 8월 중순에 조사한 모기 현황은 9월 중순쯤에나 알 수 있다”며 “모기 현황을 알고자 하는 사업인데, 조사 간격이 너무 길어서 실질적으로 전국의 모기 상황을 알 수 없다. 사업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위기”라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호주는 각 주 보건부에서 4∼11월에 걸쳐 주 1회,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6∼11월 매주 또는 2주에 1번 채집 조사를 통해 모기 동향을 업데이트한다.
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모기 분류작업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예산 삭감이 당장 말라리아나 일본뇌염 감시 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두 감염병의 경우 질병청에서 별개의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모기 채집 후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분석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분류 시스템을 3년에 걸쳐 개발했다”면서 “최대한 모기 감시 체계에 구멍이 생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라리아나 일본뇌염보다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한국에 상륙한 적이 없는 감염병이다. 일례로 아시아에서만 서식하던 흰줄숲모기는 1980년대 미국에 상륙해 뎅기열, 지카바이러스를 퍼트렸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곤충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어 한국도 뎅기열 안전지대가 아니란 말이 나온다”면서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일이 터지고 나서 대처하면 늦는다”고 강조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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