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尹 물러나라” 광복회 조사 착수…격분한 이종찬 “일진회 청산해야”

이혜영 기자 2024. 8. 20. 17: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가보훈부가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분수령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광복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광복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재차 정부를 고강도 비판하며 윤 대통령 주변 일진회 인사부터 청산하라고 쏘아붙였다.

대통령실은 이 회장 측에 건국절을 제정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지만 사태 봉합은 불발됐고, 결국 올해 광복절 행사는 정부와 광복회 주관으로 쪼개져 진행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훈부, 광복회 관계자 공개 발언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
이 회장 “독립운동사 평생 연구한 학자·후손 막고 친일 인사로 채워”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제79주년 광복절인 8월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기념사하고 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 연합뉴스

국가보훈부가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분수령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광복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광복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재차 정부를 고강도 비판하며 윤 대통령 주변 일진회 인사부터 청산하라고 쏘아붙였다. 

보훈부 측은 20일 광복회 인사가 지난 15일 자체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낸 점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은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 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친일 편향 국정 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하라"며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공개 비난했다.

보훈부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광복회가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데도 김 단장이 이를 어기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보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광복회가 자체 진행한 기념식이) 정부 탄핵 성격으로 변질된 것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다시 한 번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보훈부의 광복회 감사 착수를 의식한 듯 "우리는 여(與)도 야(野)도 아니다"며 "정치적이라고 매도하는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년은 을사늑약 체결 120주년,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한·일이 선진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며 "그러자면 먼저 대통령 주변에 옛날 '일진회' 같은 인사들을 말끔히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일진회는 구한말 일제의 대한제국 병탄 정책에 적극 호응한 친일단체다.

그러면서 "광복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정책에 실망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전전(戰前) 일본과 전후(戰後) 일본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우리나라를 강점·수탈한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쟁 후 일본을 구분하며 "전전 일본에 책임을 묻는 자세는 없어지고 일방적으로 일본과의 친선 우호만 강조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국민의 정통성, 정체성, 정신문화, 독립과 역사를 전담하는 기관 수장을 모두 친일적 인사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독립운동사를 평생 연구한 학자나 후손들은 근처에도 못 오게 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복회가 이런 현상을 보고도 못 본 체하란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월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 회장과 광복회는 연일 정부와 충돌하며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관장 임명에 대해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논란이 가열되자 윤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 등을 언급하며 참모들에게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이 회장 등이 김 관장을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하고 건국절 논란이 불 붙자 민생과는 동떨어진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 회장 측에 건국절을 제정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지만 사태 봉합은 불발됐고, 결국 올해 광복절 행사는 정부와 광복회 주관으로 쪼개져 진행됐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