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 “간호사 10명 중 6명, 의료공백에 전공의 업무 강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업무를 강요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진료지원(PA) 간호사 업무가 관련 시범 사업을 하지 않는 병원에서도 이뤄지면서 간호사들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62% “일방적으로 전공의 업무 맡겨”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업무를 강요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진료지원(PA) 간호사 업무가 관련 시범 사업을 하지 않는 병원에서도 이뤄지면서 간호사들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진료를 한 셈이 된 간호사들은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0일 서울 중구 간협 서울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A 간호사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면서도 참여하지 않은 병원이 61%에 달해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간협 조사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에게 부담하는 불법 진료가 일어난 것이다.
간협은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387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기관 중 39%인 151개 기관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A 간호사는 현재 의료법 상 합법적인 인력이 아니다. 다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전담 간호사’로 불리며 진료 지원 업무를 도맡았다. 간호사들은 최근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생기면서 진료 지원 업무에 더 많이 투입되고 있다. 간호사들은 PA 간호사가 여전히 불법적인 지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진료 지원 업무를 하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받고 있다.
간협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의 62.4%는 병원이 전공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7.2%는 시범사업에 대해 ‘사전에 설명을 들었지만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응답도 25.2%나 됐다.
특히 간호사들은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있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켰다”며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수련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며 “업무에 대한 프로그램도 따로 없어 수련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에게 가르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PA 간호사는 1만 3502명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간호사들에게 PA 업무를 시키는 병원까지 합하면 PA 간호사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공백으로 병원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간호사 발령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곳은 작년 신규 간호사를 8390명 선발해 올해 발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3일까지 이들 중 76%(6376명)를 아직 발령하지 못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 체계가 너무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정부 시범사업 지침은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간호사의 근무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트럼프 2기에도 ‘손해보는 투자 안한다’… 전문가들 “정부도 美에 할
- [르포] 일원본동 "매물 없어요"… 재건축 추진·수서개발에 집주인들 '환호'
- 10兆 전기차 공장 지었는데… 현대차, 美 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
- [인터뷰] 전고체 날개 단 CIS “캐즘으로 시간 벌어… 소재·장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美FDA 승인 받았는데 회사 꼼수에 주가 곤두박질”... 분노한 개미들, 최대주주된다
- [르포] “혈액 받고 제조, 36시간 안에 투여” 지씨셀 세포치료제 센터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④ 김성근 포스텍 총장 “문제풀이 숙련공 거부…370명 원석 뽑겠다”
- 비트코인 급등에 엘살바도르, 90% 수익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