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인수인계 잘했어도 살 수 있었다… 하동 40대 여성 변사사건 파장

매일 8~9시, 20~21시 두 차례
파출소 근무교대 때 차량 점검
규정된 절차 생략·소홀 가능성
국과수 "고체온증에 사망 추정"

‘경남 하동 순찰차 변사 사건(국제신문 지난 20일 자 11면 등 보도)’과 관련해 경찰이 문을 잠그지 않았던 사실 외에도 근무 태만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다. 숨진 여성이 차량 내부에 있던 이틀간 세 차례 근무 교대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차량과 장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수인계 절차에도 여성을 발견하지 못한 셈이라, 결과적으로 이를 생략했거나 소홀히 하는 바람에 여성을 살릴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7일 오후 2시께 경남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주차장에 세워진 순찰차 뒷좌석에서 40대 여성이 탑승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차량. 독자 제공

20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전날 숨진 여성 A 씨를 상대로 한 1차 부검 결과 ‘사망 시간이 지난 16일 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로 추정된다’고 구두 소견을 냈다. 이어 ‘사망 원인은 외상이나 장기 손상 등이 없는 탓에 고체온증 등이 고려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앞서 A 씨는 지난 16일 새벽 2시께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주차장에 세워진 순찰차에 들어갔고, 36시간 만인 17일 오후 2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내부에서 문을 열 수 없거나 운전석과 격벽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순찰차 2대 중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을 골라 뒷좌석에 탑승했고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주야간 근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A 씨를 조기 발견할 기회가 있었다. 이 파출소는 각각 3, 4명으로 구성된 근무팀 4개가 돌아가며 12시간씩 근무한다. 이에 매일 오전·오후 8~9시 두 차례 교대가 이뤄진다. 이때 차량의 잠금 여부와 청결 상태는 물론 내부에 비치하는 음주 감지기,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의 장비 작동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이는 경찰청 훈령인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명시돼 있다.

당시 경찰이 규정대로 사고 차량을 확인했다면 애초에 A 씨가 차 안으로 들어갈 염려는 없었다. 또 16일 오전과 오후, 17일 오전 등 세 차례 A 씨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특히 사망 추정 시간을 감안하면 16일 오전에 규정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졌다면 A 씨가 생존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은 현재 해당 파출소 소속 경찰관 다수를 상대로 순찰 근무 준수 여부 등을 함께 감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실책 정황이 연달아 드러남에도 여전히 경찰은 핵심 사안은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이 교대 과정에서 차량 확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감찰이 끝날 때까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