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이젠 지식강국이다

김명수 기자(mskim@mk.co.kr) 2024. 8.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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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최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합작공장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한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혐의로 미국에서 압류 조치를 당했고 폭스바겐은 중국 내 합작공장 철수 검토까지 했다.

그러나 폭스바겐 사례처럼 중국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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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겨눈 인권·환경규제
차기 美대통령 누가 되든
ESG 명분으로 강화될 것
韓, 선진국 진입 만족 말고
G7 가입해 목소리내야

독일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최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합작공장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한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 6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이 적용된 것이다. 이 혐의로 미국에서 압류 조치를 당했고 폭스바겐은 중국 내 합작공장 철수 검토까지 했다.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도입한 규제다. 그러나 폭스바겐 사례처럼 중국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이나 소재가 워낙 다양해 어느 부분에서 위구르산 부품·소재가 쓰였을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환경 규제는 완화될 수 있지만, 인권을 명분으로 한 노동 규제는 강화될 수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당시에도 중국과 강하게 대립했다. 미국 내 반중 정서를 감안하면 위구르 지역 내 인권 문제에 대한 제재는 더 강화될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환경 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정치 변동에 상관없이 인권과 환경 규제는 지속되거나 더 강화될 수 있는 셈이다.

유럽연합(EU)도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올해 발효되고 2027년부터 시행되는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 대표적이다. 인권·환경 보호 규제다. 기업이 공급망 내에서 인권 침해나 환경 파괴 가능성을 찾아내는 실사를 이행하지 않거나, 실사 과정에서 찾아낸 위험 요인에 대해 적절한 예방이나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제재 대상이 된다.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적용 대상이다.

EU의 산림 황폐화 방지 규제(EUDR)는 더 빠른 올해 말부터 시행된다. 이 규제는 열대우림 파괴와 관련된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고무를 사용하는 타이어 업체가 대표적인 규제 대상이다. EU의 배터리 규제는 2월부터 시행중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과 유사한 법안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과 호주가 '현대판 노예법'이란 명칭으로 도입할 움직임이다. 강대국이 중국을 상대로 싸움에 나서고 있지만 그 명분은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이다. 미국 관세당국인 CBP(세관국경보호국)에서 30년간 근무한 카트리나 장 김앤장 고문의 전언이다. 그는 19일 한국무역학회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국 기업도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공급망 속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다. 자칫 위구르산 부품이라도 껴 있다면 우리 기업도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존립마저 흔들린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ESG팀이나 부서도 없고, 대응 능력도 부족하다.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강대국은 아니다. 강대국은 지식과 규범을 생산하는 지식강국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을 넘어 진정한 강대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류를 구하는 지침이라면 따르는 게 맞고,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이 '소비 대국'인 유럽과 미국의 규범을 피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강대국이 주도하는 기존 ESG의 맥락을 간파해야 한다. 그후 조치는 우리에게 걸맞은 세계표준을 만들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는 작업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규정) 파도를 넘으려 우리 정부가 CFE(무탄소에너지) 전략을 마련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진국 클럽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넘어 강대국 클럽 G7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지식강국 도약을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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