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미룰 수 없는 고준위방폐장법

2024. 8.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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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자랑거리인 그룹 '아바'를 기억하시는 분 많으실 것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다른 나라들은 방폐물 처분장 건설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건설에 37년이 소요되므로 지금 시작해도 2061년에야 운영이 가능하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시설 부재는 기사회생한 원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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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자랑거리인 그룹 '아바'를 기억하시는 분 많으실 것이다. 위키백과에서는 아바를 비틀스 이후 대중음악 역사를 통틀어 음악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뮤지션이라 극찬한다. 히트 곡 중 '아스타 마냐나'가 있다. 이 말은 스페인어로 '내일까지' 또는 '내일 봅시다'라는 뜻이지만,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일은 내일 하면 어떤가'라는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고 한다. 혹자들은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경제 부진이 이 말 속에 담긴 국민의식 때문이라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된 것이 2021년 9월이었다. 몇 가지 쟁점 때문에 지난 회기 마지막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폐기되고 말았다. 이번 국회에서도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 재발의된 상태이다. 꼭 필요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공모 절차, 주민투표 등을 법제화해야 장기간 걸리는 방폐장 마련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법안들은 지난 두 달여간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6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4기를 건설 중이다. 3기의 신규 원전과 혁신형 소형 원전 1기 건설도 계획 중이다. 체코의 원전 프로젝트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선정된 원전 강국이다. 그러나 고준위 폐기물 관리 대비는 아직 첩첩산중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다른 나라들은 방폐물 처분장 건설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핀란드가 심층처분시설 '온칼로'를 건설해 내년 운영을 앞두고 있고, 스웨덴은 포스마크 원전 인근에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을 2022년 승인했다. 프랑스와 스위스도 처분장 입지를 결정했다. 체코도 2020년 선정된 4개 후보지 중 하나를 내년에 최종 후보지로 결정할 것이라 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려면 2050년까지 방폐물 처분장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사가현, 훗카이도의 슷쓰와 가모에나이 등 지자체 세 곳의 수락을 받아 1단계 조사에 착수했다. 2010년부터 후보지 선정을 시작한 캐나다는 2019년 말 최종 후보지로 이냐스시와 사우스브루스시 2곳을 결정했다. 이냐스시는 지역주민의 유치 찬성률이 77%로 방사성폐기물관리기구(NWMO)에 처분장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

고준위법 통과를 기다리다 못한 정부는 지난 6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용지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현장조사 등을 거쳐 연말까지는 최종 1순위 지역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2032년 준공을 목표로 5000억원이 넘는 정부 사업비가 투입되고 상당한 규모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예상되는 사업이다.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들이 제법 많았던 가운데 강원 태백시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태백시는 폐광 대체산업의 하나로 URL 유치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건설에 37년이 소요되므로 지금 시작해도 2061년에야 운영이 가능하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시설 부재는 기사회생한 원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더는 미룰 수 없다. 고준위법, 22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기를 기원해본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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