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티메프로 보는 손실의 사회화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8.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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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은 각오하고 있죠. 다만 재기할 수 있도록 손실을 줄여달라는 거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취재하던 중 들었던 한 피해 입점판매자(셀러)의 말이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씩 떼인 피해 셀러들은 채권자로서 누구보다도 티메프의 회생을 바란다.

티메프가 파산해버리면 피해 셀러들은 돈을 받을 구석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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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은 각오하고 있죠. 다만 재기할 수 있도록 손실을 줄여달라는 거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취재하던 중 들었던 한 피해 입점판매자(셀러)의 말이다. 그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피해 복구를 위한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티메프의 회생절차는 법원으로 넘어갔다. 투자를 받아 사업을 정상화해 피해를 복구해 보겠다는 회사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지난 13일 열린 회생절차협의회 합의도 불발됐다. 쟁점은 티메프가 주장하는 회생안이 실제로 얼마나 믿을 만하느냐는 것이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씩 떼인 피해 셀러들은 채권자로서 누구보다도 티메프의 회생을 바란다. 그래야 떼인 돈을 받을 수 있다. 오는 30일 2차 협의회가 티메프 생사를 결정짓는다. 티메프가 파산해버리면 피해 셀러들은 돈을 받을 구석이 없어진다. 파산의 운명도 각오하고 있다는 셀러는 죄가 없다. 있다면 부실한 플랫폼이 부실한 줄 모르고 함께 일한 죄다. 그사이 큐텐그룹 측은 부실한 재무 상태로 플랫폼을 문어발처럼 인수했다. 덩치를 키워 상장해버리면 그간의 손실은 없어진다는 계산이었다. 시나리오대로 잘 흘러갔다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비롯한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실패해 지금 수많은 영세 사업자가 도산 위기로 떠밀렸다. 정부가 5000억원대 지원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6%에 육박하는 고금리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 지원이다.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았는데 이자를 내며 연명해야 한다는 점에 분개하면서도 금리를 더 낮춰주거나 거치기간이라도 늘려달라는 게 소상공인들 하소연이다.

대규모 사기나 부패 사건이 발생하면 언급되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는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 티메프는 운이 좋았다면 유통 재벌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티메프의 불운으로 손실은 소상공인들만 떠안게 됐다. 상식을 가진 소상공인이라면 바라는 게 판매대금을 세금으로 메꿔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망하지 않게 살려달라는 거다. 손실의 사회화를 막는 건 정부 몫이다.

[박홍주 컨슈머마켓부 ho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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