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대신 '초록'의 향연···집라인 타고 사케에 취하다

글·사진(니가타)=김지영 기자 2024. 8. 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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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사로잡은 여름 니가타현 '롯데 아라이리조트'
-액티비티의 천국
명산 1000m 높이서 활강하는 '집투어'
구름 뚫고 3분간 신비로운 대자연 만끽
숲속 장애물 넘는 트리어드벤처 등 인기
-금강산도 식후경
풍미 가득한 전통사케 20여종 무한제공
지역쌀로 만든 밥에 노도구로 생선 별미
일본 니가타현에 위치한 롯데아라이리조트.
[서울경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 설국이었다.’

일본 니가타현을 배경으로 한 일본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은 전 세계 독자들을 겨울철 일본 니가타현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만들었다. 겨울마다 밤새 눈이 최대 6m까지 내리는 이곳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몰린다. 눈을 볼 수 없는 여름철이면 설국은 ‘초록 잎의 고장’으로 바뀐다. 녹음이 짙어져 가는 자연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일본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니가타현에 위치한 롯데호텔앤리조트의 롯데아라이리조트가 겨울이 아닌 시즌에도 고객을 맞느라 분주하다. 아라이리조트는 최근 2~3년간 매년 전년 대비 30%대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성수기인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가을에도 집라인(zip line), 트리어드벤처 등 각종 액티비티 등을 내세워 여행객들을 유인하는 데 있다. 일본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거나 도쿄·오사카·후쿠오카를 넘어 다카마쓰·가루이자와 등 일본 내 웬만한 도시는 다 가본 여행객에게 이곳이 추천되는 이유다.

이용객들이 롯데아라이리조트에서 ‘집투어’를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호텔앤리조트
이용객들이 롯데아라이리조트에서 일본 최대 규모로 조성된 트리어드벤처를 하고 있다.

◇자녀 동반 가족 여행객에 ‘안성맞춤’=이달 초 롯데아라이리조트의 조식 식당은 일본인 여행객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이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였다. 리조트 측은 “겨울철에는 호주·미주 등에서 온 외국인 손님이 70%를 차지하지만 여름철에는 대부분이 일본인 고객”이라며 “여름방학을 맞은 여행객, 인근 지역의 축제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숙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스키장을 낀 리조트를 겨울이 아닌 시즌에 이용할 때 가장 좋은 점은 ‘가격’이다. 겨울철 1박에 5만 엔을 훌쩍 넘는 방을 여름에는 1만 5000엔가량에 이용할 수 있다. 스키를 탈 수 없는데 가성비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리조트 내 마련된 다양한 즐길거리 앞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대표적인 게 바로 ‘집투어(zip tour)’다. 일본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묘코산을 배경 삼아 1501m를 순식간에 줄을 타고 내려오는 프로그램이다. 1000m 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리다 보니 이용객은 구름 속을 지나 약 3분간 사방에 둘러싸인 산과 계곡, 평야를 둘러볼 수 있다. 한국의 집라인과 달리 아라이리조트의 집투어는 이용객이 줄을 타고 내려오는 내내 상단 바를 당겨야 한다. 상단바를 올리면 브레이크가 작동해 바로 멈춘다. 풍경을 즐기다가 나도 모르게 상단바를 올렸다가는 1000m 되는 높이에서 대롱대롱 매달릴 수 있다는 점이 스릴을 더한다.

집투어와 함께 아라이리조트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트리어드벤처가 꼽힌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연결해 이 줄을 잡고 각종 장애물을 넘어가는 콘텐츠다. 일본 최대 규모인 3만 3000㎡(1만 평)에 초급·중급·고급 코스별로 조성돼 있다. 초급이라고 얕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성인들도 외나무다리, 거미줄처럼 엉킨 줄에 의지해 건너갈 때면 사시나무처럼 떤다.

야외 활동으로 쌓인 근육통은 온천으로 풀 수 있다. 리조트에서는 지하 1750m에서 나오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로 ‘호시조라 온천’을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를 둘러싼 자연 풍경과 밤하늘 별을 보며 온천을 할 수 있어 투숙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키를 타지 않아도 자연을 즐기며 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더 많은 셈이다.

롯데아라이리조트 인근에 있는 기미노이 양조장.

◇리조트 온 김에 미식 여행도=최근 전 세계적으로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게 트렌드다. 일본인들이 아라이리조트에 묵으며 니가타현을 어떻게 여행하는지는 한국인 여행객에게도 팁이 될 수 있다.

아라이리조트는 일본인들이 여름휴가차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로 미식을 꼽았다. 니가타현은 눈·쌀·사케 등 삼백(三白)으로 유명하다. 겨울철 쌓인 눈이 녹아 차가운 지하수가 된다. 이 물로 벼농사를 지어 깊은 풍미를 내는 쌀을 생산한다. 이 쌀로 술을 만들어 사케가 유명하다. 니가타현에만 80여 개의 양조장이 위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리조트에서 지역 사케 20여 종을 2750엔에 무제한 마실 수 있는 프로모션도 운영 중이다.

이 중 ‘기미노이’ 양조장은 183년째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화학 효모를 넣지 않고 숙성하는 전통 방식을 현재까지도 이어올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일 년에 만여 병에 불과하다. 일본의 다른 도시에도 거의 반출하지 않아 이 지역을 방문해야만 마실 수 있다.

노도구로 등 각종 생선도 여행객의 발길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니가타 쌀로 만든 밥에 생선을 반찬 삼아 사케와 함께 하는 식사는 니가타현을 여행할 때 빼먹지 않고 해야 할 필수 코스다. 아라이리조트 측은 “도쿄·가루이자와에서 먹는 노도구로 요리는 이 지역에서 잡은 생선으로 할 정도로 해산물이 많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미식 여행으로 많이 방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글·사진(니가타)=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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