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구도 안 됐는데 태풍까지"…정뱅이마을 주민 '한숨'

이태희 기자 2024. 8.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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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9시 대전 서구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 3층 이재민 대피소는 적막감으로 가득했다.

지난달 10일 폭우로 마을이 송두리째 잠긴 용촌동 정뱅이마을 주민들은 이 곳 3층 다목적체육관에서 한 달 넘게 임시 거주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9호 태풍 '종다리'의 북상 소식이 들려오자, 마을은 더욱 암울한 분위기다.

더위를 씻어주었지만, 복구 작업이 또다시 지연될 것 같아 주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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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한 달에도 대피소 생활…폭염 속 복구 작업으로 기진맥진
열 폭탄 태풍 종다리 북상 소식에 주민들 암울… "곧 추석인데"
20일 오전 9시 대전 서구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 3층 다목적체육관 이재민 대피소. 주민들 대다수가 마을 복구 작업에 나가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이태희 기자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마을로 가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밤엔 대피소로 돌아와 잠을 청합니다. 추석이 코 앞인데…"

20일 오전 9시 대전 서구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 3층 이재민 대피소는 적막감으로 가득했다.

지난달 10일 폭우로 마을이 송두리째 잠긴 용촌동 정뱅이마을 주민들은 이 곳 3층 다목적체육관에서 한 달 넘게 임시 거주 중이다.

대피소에서 만난 조 모(70대) 할머니는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 입구. 비닐하우스가 폭우로 인해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이태희 기자

같은 날 오전 10시 대피소에서 약 4㎞ 떨어진 용촌동 정뱅이마을.

침수된 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곳곳에선 여전히 수마가 할퀸 자국이 낭자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비닐하우스는 쓰러진 채 방치돼 있었고, 폭염 속 작업 중인 각종 기계들의 소음에 머리까지 울릴 지경이었다.

복구를 진행 중인 주민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더위였다.

한낮이 아님에도 체감 온도가 35도에 육박하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빗방울처럼 흘러내렸다.

집을 수리하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 상태라며 찜통으로 변한 비닐하우스 속은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낸다고 주민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9호 태풍 '종다리'의 북상 소식이 들려오자, 마을은 더욱 암울한 분위기다.

김 모(40) 씨는 "우리 집은 흙집이라 복구가 더 오래 걸린다. 가장 큰 고역은 더위로, 밖에서 작업하다 보면 어지러울 때도 있다"며 "태풍이 오면 더 더워진다고 하는데, 이러다 추석까지 복구를 못 할까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제주 인근 해상을 지난 종다리는 21일 오전 6시 충남 서산 남서쪽 약 70㎞ 해상까지 북진할 전망이다.

통상 태풍이 북상하면 상공 열기가 빠져나가며 더위를 식혀주지만, 종다리는 남쪽에서 끌고 온 열기와 수증기를 한반도에 던져놓고 사라지는 '열 폭탄'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피해 주민 일부에선 지자체와 자치구의 복구 지원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성동노인회장협의회 관계자는 "대전시와 서구에서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방이 터져서 물난리가 났으면 지원을 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에 따라 지원금을 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집이 전부 파손됐을 경우 약 3000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며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더 지급하고 싶어도 기준이 있다. 수재의연금 등은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위를 씻어주었지만, 복구 작업이 또다시 지연될 것 같아 주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20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의 한 비닐하우스 내부. 수해 피해를 입었지만 폭염으로 인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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