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친구와 마시라"며 김기현 뿌리친 이재명, 한동훈은 왜 만날까

김성은 기자 2024. 8. 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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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왼쪽부터)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회담이 25일 열린다. 여야 대표가 만나 서둘러 민생 문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여야를 대표하는 대권 주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게 양측 모두의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25일 양당은 한 대표와 이 대표간 회담을 앞두고 실무진 사이에 의제, 배석자, 회담 내용 발표 방식 등을 두고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회담을 생중계하자고 민주당에 제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측에서 "양당 협의를 거친 내용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면서 이날 실무진 협의는 무산됐지만 21일 오전부터 다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표가 공식 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대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식사 회동을 제안했었지만 이 대표는 "밥과 술은 친구와 하라"며 거절했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도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에 여야 대표 민생협치 회담을 제안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반면 이번 양당 대표간 회담은 이 대표 측에서 적극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한 대표에 대표회담을 각각 제안했다. 한 대표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신분일 때나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에도 이재명 대표에게 TV토론을 제안해왔던 만큼 이 제안을 즉각 수용, 25일 회담이 전격 성사됐다.

김기현 전 대표 때와 달리 한 대표 체제에서 이재명 대표가 회담에 적극성을 띈 것은 미래 권력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던 것은 김 전 대표는 대선주자급이 아니라는 이 대표 측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다면 한 대표에게도 이번 회담은 나쁘지 않은 수라는 해석이다. 최 소장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현 대통령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것,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 대표 뿐 아니라 한 대표도 느끼는 지점일 것"이라며 "22대 국회 출범 이후 정국이 멈춘 상황에서 양당의 리더로서 이를 타개해 나가는 모습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8.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다만 실제 회담이 진행될 때 어떤 의제를 갖고 논의해 어떤 성과를 낼지에 따라 한 대표와 이 대표 간 득실이 갈릴 수 있어 각자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인 회담 의제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상속세 완화가 민주당이 방어하기 어려운 지점이라 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한 대표의 약점이라 보고 각각 유리한 의제 채택에 힘을 쏟을 수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가 과세체계 합리화 등을 위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도입돼야 한다고 보는데 비해 이 대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완 또는 일시적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 등 국민의힘은 금투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입장인데, 1400만 명의 주식투자자들의 대체적인 호응을 받는 사안이다.

반면 채상병 특검법은 한 대표에게 딜레마일 수 있다. 당대표 후보 시절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제안했지만 실제 발의할지 여부는 당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도 수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당 측이 제기하고 있는 '제보 공작 의혹'도 다룰 수 있다며 한 대표를 연일 압박 중이다. 제보 공작이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가 민주당 의원과 관련돼 있어 제보 자체가 '야당발 공작'이란 취지로 여권에서 제기된 의혹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회담을 하려면 한 대표는 채해병 특검과 관련해 본인이 진전된 답을 내놓고 나와야 하는데 그게 당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대표의 경우 금투세 관련 유예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 다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만약 두 사람이 만나서 이견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헤어진다면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준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박 대표는 "민생회담이 된다면, 한 대표도 정부 측과 조율해서 안을 가져와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그러면 좀 얻는 게 있겠다"면서도 "정치적 의제를 먼저 올려서 결론을 못 내린다면 안 하니만 못한 회담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을 하고 있다. 2024.8.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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