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내공 제대로 끄집어낸 장나라의 열연,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굿파트너')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8. 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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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데 깊이까지, 이혼이 우스워? ‘굿파트너’가 담는 이혼은 다르다

[엔터미디어=정덕현] 파리 올림픽이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는 단박에 우려를 기대로 바꾸었다. 올림픽 이전 13%대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올림픽이 끝나고 17.7%(닐슨 코리아)까지 찍었다. 이대로라면 20% 시청률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굿파트너>의 무엇이 이런 저력을 만든 걸까.

먼저 대본이 예사롭지 않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까지 이혼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래서 '이혼 권장' 콘텐츠들이라는 비판까지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굿파트너>는 그 이혼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깊이가 다르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등장하고, 그래서 이혼 소송이 시작되지만, 단순한 고구마-사이다 전개가 아니라 그 위에 이혼이 갖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담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라는 부제를 가진 7회 내용은 이 작품이 가진 깊이를 잘 보여준다. 한유리(남지현)의 엄마 김경숙(서정연)을 찾아온 내연녀 김희라(이진희)가 딸의 앞길을 막겠다며 집을 달라는 협박을 하자, 그 의뢰를 맡게 된 차은경(장나라) 변호사와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과거 김경숙이 남편과 벌인 이혼소송에서는 차은경 변호사가 남편의 변호인을 맡아 딸 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는 김경숙을 매몰차게 몰아세워 결국 이혼을 하게 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차은경이 바로 그 김경숙의 상황이 됐다. 남편 김지상(지승현)의 외도 때문에 이혼 소송을 하고 있지만 딸 재희(유나)가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 김경숙은 차은경에게 말한다. "딸 생각하면 이혼이 쉽던가요? 그때 우리 유리 겨우 고3이었어요. 인과응보라는 생각은 안드세요?"

차은경은 자신도 그 처지가 되어 김경숙의 상황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변호사로서 너무나 냉철하게 김경숙에게 말한다. "저는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머니께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시듯 저는 저한테 사건을 맡겨준 사람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그때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김경숙에게 그건 자기 때문이 아니라 "외도를 저지른 두 사람 때문"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위로의 말도 건넨다. "그때 이혼하지 않으셨다면 남편분께서는 그 돈 김희라에게 다 썼을 겁니다. 이혼이 기각된다 쳐도 당연히 집으로는 들어오지 않으셨을 거고요. 서류뿐인 결혼생활을 고통받으셨을 겁니다."

김경숙과 차은경은 같은 입장이 되어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아이의 엄마로서 갖는 마음을 주고받는다. 너무나 냉철해 보이는 차은경을 보며 김경숙은 자신의 딸 유리도 변호사님처럼 되는 거냐고 묻고, 차은경은 조심스럽게 남편에 대한 분노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냐고 묻는다. 그러자 김경숙이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어쩌겠어요? 내 새끼 아빤데.... 난 남편을 잃어도 되지만 유리는 아빠를 잃으면 안되잖아요."

이 말은 이혼이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거기에는 부부의 문제로 상처 입을 수 있는 아이들의 문제 또한 겹쳐 있다. 이런 디테일은 <굿파트너>가 다루는 이혼이 그저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 대한 분노와 처절한 복수 같은 단순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즉 이혼 당시에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이혼을 하는 일이 너무나 억울했던 김경숙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걸 차은경은 말하고 있고, 정반대로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고 있지만 딸 재희를 위해 남편 김지상에 대해 아이에게는 좋게 말하는 차은경의 모습이 그려진다.

내연녀 최사라(한재이) 앞에서는 서릿발 같은 냉정함으로 시원시원한 사이다를 보여주지만, 김경숙 앞에서는 같은 엄마로서 딸을 위해 분노를 억누르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함과 동시에 마음 속 깊이 숨겨진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러니 차은경이라는 이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 캐릭터를 입고 연기의 내공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나라의 열연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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