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회담 성사 하루만에 삐걱...특검법·생중계 놓고 신경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회담 날짜가 속전속결로 정해졌지만 하루 만에 의제와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이 드러나면서 벌써부터 '빈손 회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대표가 회담 '생중계'를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이 반발하는 등 벌써부터 양측인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정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은 2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굉장히 오랜만이고 국민께 빨리 결과를 드려야 한다"며 "그 내용도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회담을 생중계로 모두 공개하잔 것은 한 대표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회담 의제로 정쟁 중단, 민생 회복, 정치개혁 세 가지를 제시했다. 박 실장은 "현재 릴레이 탄핵소추, 무의미한 청문회 등이 많은데 이런 정쟁 정치를 중단하자는 제안을 우선 던져볼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투세 폐지, 이자 경감책, 저소득층·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세부적으로 법안을 챙겨 민생 회복을 위한 의제로 제안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 개혁과 관련한 협의체를 상설화해 논의를 시작해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의제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모두 테이블에 올려 이야기를 나누겠단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회담 의제로 채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지구당 부활 등 3대 의제를 제시했다.
여야는 '지구당 부활'엔 이견이 없다. 민생지원금과 관련해선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 최근 '격차 해소'를 의제로 제시하면서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는 한 대표는 보편지원 대신 취약층을 선별 지원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대표는 민생이 시급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있단 입장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25만원 지원과 관련해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힘든데 선별적으로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혹은 그분들이 경제적으로 안고 있는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있는지 협의해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이 선별·차등 지원하는 데 동의하면 합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선 입장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이 회담에서 논의되는지 묻는 질문에 "민생법안들, 격차 해소 법안들이 주내용으로 채워졌으면 한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내에선 아직 한 대표가 추천한 제3자 추천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다. 한 대표가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일단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특검은 고려할 수 없다는 강경론도 여전히 많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에서 한 대표에게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면서도, '대법원장 추천 특검은 제3자 특검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는 점도 한 대표의 설득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대법원장 추천안을 받겠다고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회담 생중계를 제안한 것을 놓고도 여야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한 대표 측의 '전체 회담 생중계' 방안이 보도된 데 "숙의 과정을 통해, 협의를 통해서 해야지 이렇게 툭 던지듯이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예정된 실무협의를 취소했다.
한 대표가 회담 생중계를 제안한 것은 정국 경색이 극심한 상황에서 여야 대표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민생'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몰아붙이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의힘의 '정쟁 중단' 요구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동훈 대표의 생중계 제안은 의제 조율과 관련한 일종의 출구전략 아닌가"라며 "한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이 대표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중계를 하면 사전 조율된 의제만 갖고 얘기할 수 있고, 이 대표의 정쟁 이미지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대표로선 영수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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