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신화 오공 "중국 콘솔 게임 선입견 제대로 깨졌다"

서동규 객원기자 2024. 8. 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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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 길 찾기 편의성은 아쉽다

중국산 콘솔 게임은 상대적으로 게이머들이 신뢰하지 않는 선입견이 있다. 개발 실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안 좋은 선례 탓에 신뢰를 조금씩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신뢰를 회복할 주역으로 기대를 모으는 '검은 신화: 오공'이 20일 나왔다.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 봉술과 묘술을 이용한 호쾌한 전투를 자랑하는 트레일러를 보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플레이를 하기 전만 해도 데모 버전도 공개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게임 내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윽고 20일 오전 11시 플레이 가능 시간이 되자 곧바로 실행해봤다. 첫 전투를 마친 뒤 첫인상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 했다.

불합리하지 않은 보스전, 다양한 빌드, 빠른 액션을 활용한 전투 재미 등 검은 신화: 오공이 지닌 강점이 확실하게 보였다. 다만 프레임 드랍, 불편한 길 찾기 과정과 같이 아쉬운 점도 드러났다. 

게임이 가진 강점이 명확하기에 상기한 단점들이 크게 거슬리지 않고 매력적인 플레이를 즐겼다. 초반부 보스 4마리를 잡는 과정은 난도도 크게 어렵지 않아 부담없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었다. 

■ 아름다운 그래픽과 디테일한 사운드

- 필드 퀄리티가 매우 높다
- 컷씬 그래픽도 매우 좋기에 몰입감이 상당하다

검은 신화 오공에서 가장 눈 여겨본 요소 중 하나는 그래픽이다. 트레일러에서부터 자연스러운 그래픽과 함께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해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그래픽을 장점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컷씬뿐만 아니라 인게임 플레이 과정도 동일한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측면에서 게임 내 그래픽 역시 퀄리티가 충분히 높았다. 자연 경관이 매우 아름다우며, 레벨을 구성하고 있는 풀, 바위, 건물 등도 이질감 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텍스처를 보여줬다. 말 그대로 '훌륭한 그래픽'을 자랑했다.

여기에 화려한 이펙트와 디테일한 사운드가 합쳐지니 전투 과정도 하나의 무협지를 보는 듯 몰입감을 자랑했다. 무기로 공격하면 갑옷을 입은 적과 입지 않은 적은 피격 사운드가 다르며, 공격 직전에 회피하면 잔상을 남기고 일순간 화면이 느려지는 등 디테일적인 요소도 충분히 신경을 썼다.

인게임 컷씬 퀄리티도 상당히 훌륭했다. 특히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전투 도중 자연스럽게 컷씬으로 넘어가는 연출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전체적으로 그래픽과 사운드는 매우 훌륭했다.

 

■ 손오공 하면 떠오르는 전투를 그대로 즐긴다

- 짜릿한 손맛을 가진 보스 전투를 즐길 수 있다
- 특성치를 소모해 다양한 빌드를 플레이 할 수 있다

손오공 하면 떠올리는 요소는 역시 '여의봉'을 활용한 봉술이다. 또 털을 뽑아 분신이 만들거나, 각종 도술을 부려 적을 농락하는 등 손오공을 대표하는 전투 방식이 많다. 그리고 검은 신화 오공은 이를 게임 내에 잘 녹여냈다.

기본적으로는 봉술을 통해 전투를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특성치'를 얻고 '수행' 탭에서 이를 소모해 전투 방식을 더욱 다양화한다. 기본적인 스탯 증가부터 편의성 기능이 추가되거나, 공격 수단이 늘어나는 등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곤봉치'를 소모하는 강공격은 달리면서 사용할 수 있는 '벽곤', 곤봉 위에 올라가 공수 양면에 특화된 '입곤', 먼 거리에서 적을 공격하게 되는 '착곤'의 자세로 총 3가지 자세를 취한다. 이 때는 강공격 모션도 달라지고 전투 스타일도 다르게 진행할 수 있다. 기자는 기동성을 확보하고 싶어 벽곤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손오공이 부리는 도술은 '묘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법력'을 소모해 시전한다. 다른 게임 '마나'와 비슷한 자원이다. 처음 배우는 '정지술'은 상대 행동을 강제로 정지시켜 재정비 시간을 벌거나 자유로운 딜각을 창출하는 등 사용법이 무궁무진하다. 돌로 굳어 자동으로 패링을 발동하거나 여러 분신을 소환해 적을 합동 공격하는 등 다양한 묘술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과 가장 보편적인 회피 방법인 '구르기'가 합쳐져 빠르고 호쾌한 전투 방식을 자랑하는 액션이 만들어졌다. 적의 공격은 회피하고, 본인이 가진 묘술과 공격을 적절히 조합해 강력한 보스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가 상당히 일품이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레임 드랍과 길찾기

- 길찾는 과정이 살짝 난해한 편이다
- 근처에 사당이 있으면 빛무리로 표시해 준다

3시간 넘게 플레이를 이어나가며 발견한 단점도 꽤 있다. 우선 프레임 드랍 문제다. RTX 2080, I5-12600K 기준 중옵션으로 별도의 최적화 작업 없이도 플레이는 매우 쾌적했다.

다만, 이펙트가 많이 발생하거나 일부 컷씬, 강력한 패턴을 사용하는 보스들에게서 드물게 프레임 드랍이 발생했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 RPG에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니 일순간 몰입이 끊겼다. 빈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평상시 60프레임을 잘 유지하다가 끊기니 아쉬웠다.

다음으로 길 찾는 과정이 상당히 어렵다. 기자와 같은 길치는 아마 상당히 고행을 겪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미니맵도 없으며, 전체 지도를 보여주는 탭도 없다. 어찌저찌 헤매다 보면 결국에는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스를 놓치거나 보물 상자를 놓칠 우려가 다분하다. 

토지신 사당에서 향불을 피우면 사당별로 텔레포트는 가능하다. 그러나 사당 간 거리가 어느 정도 있으며, 결정적으로 맵 구조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에 중간에 놓친 길은 이후에 다시 돌아가 찾기가 굉장히 힘들다. 

유일하게 길을 안내해 줄 때는 근처에 사당이 있을 때 흰색 빛무리로 경로를 알려주는 게 전부다. 길 찾기 편의성이 조금 더 존재했다면 맵 탐험이나 놓친 요소를 찾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을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 강력한 보스를 잡는 쾌감이 있다

- 수많은 보스가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 필드 탐험에서도 여러 보스를 만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보스전에 공들인 게임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 몬스터 구간이 최소한으로 줄였고, 보스전 빈도가 상당히 높다. 3시간 남짓 플레이 시간인데, 2시간 동안 보스 4마리를 잡았고, 나머지 1시간은 특성치를 통한 빌드 확인에 썼다. 

일반 몬스터 구간 한두 번을 지나면 곧바로 보스전이 등장할 만큼 빈도가 높다. "나는 일반 몬스터 구간보다는 보스전이 훨씬 좋아"라는 유저들에게는 딱 취향저격이다. 각 보스별로 명확한 콘셉트와 패턴을 사용하니 공략하는 재미도 충분하다.

보스는 잡을 경우 다양한 아이템과 더불어 '혼백'을 제공하는데 이 혼백은 수집한 뒤 장착하면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봉술과 묘술 외에도 강력한 기술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잡은 보스가 사용하던 스킬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이 보스는 잡으면 무슨 스킬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기대되는 계기도 된다.

소울라이크를 기대했다면, 그와는 결이 다르다. 스태미나 시스템과 화톳불에 대응하는 사당이 있지만, 액션 RPG를 좀 더 강조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갓 오브 워'나 '스텔라 블레이드'에 근접한 플레이 방식이다.

전체적으로, 검은 신화 오공은 "보스와의 호쾌한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화려한 액션과 확실한 손맛은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초반부 찍먹하는 과정에 있어서, 검은 신화 오공은 확실하게 이 게임만이 자랑하는 재미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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