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의 마법[유레카]

이춘재 기자 2024. 8. 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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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는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든다.

올해는 8월22일이 처서다.

언제부터인지 '처서의 마법'이란 말도 많이 쓴다.

처서의 마법은 태풍이 찬 공기를 몰고 와 기존의 뜨거운 공기와 섞여 열기를 식혀야 가능한데, 올여름엔 폭염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태풍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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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는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든다. 날짜는 해마다 달라 양력으로는 8월23일 무렵, 음력은 7월15일 이후다. 올해는 8월22일이 처서다. ‘더위가 그친다’는 뜻의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맘때쯤 농촌에서는 가축 사료용으로 목초를 베어 말리기 시작하고, 논둑의 풀도 깎아준다. 또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면서 한가위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모기나 파리가 점점 사라진다는 말이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옛날 선비들은 처서가 지나면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책을 꺼내어 햇볕에 말렸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처서의 마법’이란 말도 많이 쓴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처서가 되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런데 올해는 이 마법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처서의 마법은 태풍이 찬 공기를 몰고 와 기존의 뜨거운 공기와 섞여 열기를 식혀야 가능한데, 올여름엔 폭염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태풍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고 한다.

역대 최고의 무더위로 꼽히는 1994년과 2018년에는 처서를 앞두고 태풍이 여러개 발생해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2018년에는 태풍 ‘솔릭’이 8월23일 우리나라를 관통한 뒤 한낮에 37도(서울)까지 올랐던 기온이 25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1994년에는 태풍 ‘더그’와 ‘엘리’가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던 한반도 남단에 단비를 뿌려줬다.

하지만 이번주 예고된 태풍(종다리)은 남쪽의 열기를 끌고 와 무더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열대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전국 주요 대도시가 이미 지난 17일 밤을 기점으로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했다. 제주는 2013년(44일)과 2016년(39일)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였는데, 곧 최장 기록을 갈아치울 것 같다.

같은 대도시라도 도심이 열대야가 심하다. 서울 여의도와 용산구, 영등포구는 외곽인 은평구, 관악구 등보다 4도가량 최저기온이 높다. 콘크리트 건물 일색인 도심보다 숲이 우거진 지역이 더 시원한 건 당연한 이치다. 숲을 잘 가꾸면 굳이 마법이 필요 없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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