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수도권 핀셋 대출규제…이젠 금통위 관심

박은경 2024. 8. 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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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 1.2%p로 상향
두 달 새 금리 2.07% 늘고 한도는 13% 줄어
"정책 공조" 강조한 한은, 매파적 동결할 듯

[아이뉴스24 박은경·정태현·권서아 기자]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도 부동산 기대 심리가 꺾이지 않자, 정부가 수도권 핀셋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소폭 진정 효과는 있겠으나, 이번 조치로 부동산 기대심리가 수그러들지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도 정부와 정책 공조를 맞추는 만큼 오는 22일 열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에 변화를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이창용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는 20일 '거시 건전성 제고 방안'을 통해 내달 도입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기존 0.75%포인트(p)에서 1.20%p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자, 부동산 매매가 집중된 수도권의 가산금리를 0.45%p 올려 시행하기로 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매매는 총 10만3175건을 기록했다. 10만건을 돌파한 건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9.61%에서 올해 상반기 43.56%로 높아졌다.

◇"한도 줄여도 수요 안 꺾이면 효과 제한적"

차주들은 지난달부터 릴레이로 이어진 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두 달 새 2%포인트(p)가 넘는 금리 폭탄을 맞게 됐다. 지난달 1일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2.94%를 기록했다. 이날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3.81%로 한 달 반 사이 0.87%p 올랐는데, 9월부턴 1.20%p가 더 붙어 총 2.07%p가 오르는 셈이다.

대출 한도도 최대 13% 정도 줄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4.5%, 30년 만기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하자. 현재는 어느 지역에서나 3억2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달부터 수도권은 13%(4200만원), 비수도권인 경우는 8%(2700만원)가 줄어든다. 다른 대출이 있거나, 은행 주담대 금리가 올라가면 한도는 더욱 쪼그라든다.

은행에선 차주 수가 줄지 않으면 가계대출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체적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개개인의 상환 능력에 맞게 대출한도를 줄여도 차주가 줄지 않으면 대출 총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위원회]

◇DSR 총량 규제까지…금융당국, 추가 규제 시사

금융당국도 수도권에 한정한 '핀셋규제'가 통하지 않으면 추가 카드를 꺼낼 채비를 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 추이를 자세히 점검하고 필요할 때는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올리는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전체 가계대출에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해 자본 적립 부담을 키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경기 양극화를 고려해 수도권과 지방의 대출 규제는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수도권과 달리 주택시장 침체를 겪는 지방은 지금보다 부동산 경기가 더 쪼그라들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까지 포함하는 총량 규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DSR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한은 "부동산 시장 자극 안 해"

금융권은 추가 규제의 분수령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일괄적으로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억눌렸던 대출 수요까지 한 번에 터져 나올 수 있어서다. 지금처럼 수도권·지역 양극화를 고려할 여유마저 없어진다.

금통위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부동산을 꼽았다. 지난 7월 11일 열렸던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피벗 시점을 고려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환율과 주택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도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부동산 수요를 경계해 금리를 동결하고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금통위에서 강조한 가계부채 증가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금융 안정이 최근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 안정을 고려하면 이달에도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도 이날 "수도권 부동산 상승세가 강해 정부의 여러 정책과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도 우리나라가 따라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매파적 분위기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공동=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정태현 기자(jth@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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