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사 외압’ 청문회서 엇갈린 증언···“용산 언급” vs “사실무근”
세관 직원이 연루된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상반된 증언을 내놨다. 해당사건을 수사한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당시 수사팀장은 대통령실의 외압으로 언론 브리핑이 연기되고 수사를 방해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은 대통령실 개입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일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백해룡 경정(당시 영등포서 형사2과장·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은 지난해 9월20일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당시 영등포서장)과의 통화 내용에 대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오후 8시45분 전화가 와서 ‘브리핑 할 거냐’고 갑자기 물어 놀랐다. ‘기자들과 약속했으니 당연히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고 말했다. 백 경정은 이어 “오후 9시 조금 넘어 (김 행정관에게 다시) 전화가 왔고 제가 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니까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행정관은 “(용산 언급은) 전혀 안 했다”고 곧바로 반박했다. 김 행정관은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브리핑 연기를 지시한 이유를 묻자 “어느 지휘관이 브리핑 한 다음에 압수수색을 하냐. 뻔히 그러면 해당 기관에서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브리핑 연기는) 대통령실과 무관한 얘기고 당시 백 경정의 결정은 수사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았고 본청에도 보고되지 않은 단계였다”고 말했다.
영등포서는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행에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섰다. 세관 관련 진술을 확보한 이후인 그해 9월20일 김 행정관은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고, 이틀 뒤로 예정됐던 브리핑은 10월10일로 연기됐다. 당시 수사팀을 이끈 백 경정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 경정은 “본인(김 행정관)이 마약 압수 현장에서 진두지휘까지 했던 사건을 갑자기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행정관을 향해 “본인이 (수사전담팀을) 꾸리라고 지시해 모든 명령을 하달했고 제가 그 명령을 받아 수행했는데 조직원들을 배신하고 제 등에 칼을 꼽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은 빼라’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현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도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조 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청탁한 적이) 없다. 언론브리핑 과정에서 세관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듣고 (인천공항 본부 세관장에게) 전달한 것 뿐”이라며 “국정감사에 대비해 요청이 와서 확인해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요청이 있었냐’는 질의에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증인으로는 김 행정관과 백 경정, 조 경무관을 포함해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남제현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 김광호 전 서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이 참석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증인 7명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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