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실종 6개월, 의대증원에 간호법까지 급물살…의사집단 쪼개지나
지난 2월 20일 전공의가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떠난 지 6개월이 됐지만 의정갈등의 폭은 깊어지기만 하는 모양새다. 전공의의 91%가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그간 정부와 의사들 간 대화 한 번 성사되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변함이 없다고 못 박은 데다, 간호법까지 입법화할 조짐을 보이자 의사들 사이에선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전날(19일)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임현택 회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여야가 합의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진 것을 두고 임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가 '직무유기'했다는 주장을 들면서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의사집단이 투쟁해 간호법안을 겨우 막아냈는데, 임 회장이 최근 탄력받은 간호법안 입법화를 보고도 방치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임현택 현 의협 회장은 (지난해 의협이 간호법 저지 투쟁을 벌일) 당시 이필수(전 의협 회장) 집행부의 간호법 대응을 '미온적'이라며 질책했다"며 "그런 그가 당시보다 더 악화한 간호법안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려 하는데 침묵, 방치했다는 건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임현택 집행부가 사퇴하고, 의협 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현 의료사태를 해결하자고도 제언했다.
임 회장에 대한 공개 비판은 전공의 사이에서도 이어진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의협이 간호법안 통과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목포에서 열린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서 간호법 관련 내용이 언급조차 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의사 A씨는 "현 의협 집행부가 의대증원 저지에만 몰입한 틈을 타, 간호법안이 스리슬쩍 입법화하게 됐다"며 "임 회장이 그간 막말 파동으로 의사들에게 먹칠한 데다, 의대증원뿐 아니라 간호법까지 막지 못해 탄핵 위기에 몰릴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간호법 저지 투쟁에 함께 했던 14개 의료계 직역 단체인 '14보건복지의료연대'마저 22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발의된 이후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이들 단체 가운데 이번에 간호법에 명확히 반대 의견을 밝힌 단체는 의협, 대한방사선사협회 등을 비롯해 총 5개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역 관계자는 "새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발의된 이후 의협 측과 공동 대응 전략 회의를 제안했지만 의협이 의대증원책을 저지하는 데 에너지를 쏟느라 간호법안 전략 회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했다"며 대응에 아쉬워했다.
지난해 의협과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간호법에 반대했던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여당이 발의한 간호사법안에 대해 "양질의 간호조무사 양성 취지에 동의한다"는 환영 입장으로 선회했다. 간호조무사들은 지난해 발의된 간호법안이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등학교 졸업자, 특성화고 간호관련 학과 졸업자로 제한하는 악법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해왔는데, 이번 국회에서 여당이 낸 발의안에선 전문대 교육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을 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간호조무사협회 측은 "이해관계가 각각 있으니, 이번엔 뭉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제) 간호법 자체를 막는 싸움보다 각각 직역의 요구가 잘 담길 수 있도록 연대하고 공조할 때라고 본다. 의대증원 문제에 집중하는 의협과 입장차가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임 회장은 자신을 향한 탄핵설까지 불거진 데 대해 "탄핵은 의협 역대 어느 집행부에서든 있었다. 나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고 답했다. 또 무능한 회장을 뜻하는 '식물회장'이라는 별명이 의사들 사이에서 나온 데 대해서는 "난 꽃 종류를 포함해 식물을 되게 좋아한다"며 "의협을 흔들고 싶어 하는 극히 일부의 바람일 뿐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531명 가운데 9%(1219명)만 병원에 남아있다. 같은 날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따르면 △수술 지연(492건) △입원 지연(41건) △진료 차질(194건) △진료 거절(133건) 등 피해 상담건수는 4217건로 집계됐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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